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미진수 2011. 5. 10. 18:29

지난 5월 4일 어머님이 86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희 3남1녀 4남매를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키우시고

8명의 손자손녀와 외증손녀까지 보시고 가셨습니다.

아버님이 가신지 2년 반 홀로 외로움에 힘들어 하시기는 했지만

큰 병고없이 지내시다가 자식들의 보살핌도 더 마다하시고

며칠 편찮으신 줄 알았더니 덜컹 드러눕고 마시나 했더니

한 보름여 앓으시다 목사님의 기도가 끝날 무렵 평안히 운명하셨습니다.

 

어머님의 가시는 길 운명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뭐가 그리 급하셨나요? 사랑하는 셋째 아들과 하나 밖에 없는 딸

얼굴이라도 보고 하고 싶은 말 남기고 가시지" 하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86년의 세월 저와는 30년 저의 할머니와도 30년의 세월 차이를 살고간 어머님은

어려운 일제말기 울산김씨 김인후 하서대감의 종가집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기울어 가는 가세에 반강제적으로 무등산 산골로 시집을 오셨지요

19살 꽃다운 나이에 낮설고 물설은 가난한 집에 시집을 오셔서

창녕성씨 성삼문 가문을 내세우는 기센 경상도 시어머니 밑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길삼으로 날을 세우고

6.25한국전쟁에 참전하신 아버님은 5년 동안 기별도 없으셨고

힘든 농사일까지 하시면서 어린 자식 둘을 거두며 고생고생 사셨답니다

 

저희 4남매를 낳으시고 갑자기 동생들이 사산하는 바람에

그 열악한 시절 복막염으로 수술을 3차례나 하시면서

사지를 묶고 마취도 없이 하는 복막염 수술로 배는 온통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으로

평생 목욕탕에도 가시지 않고 식사도 아주 소식만을 하시면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드시지 못하고 그리 사셨습니다.

수년이 지나 창자가 꼬여 다시 재수술

그러면서도 어려운 집안 살림 평생을 하시다가 가셨습니다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몸은 뒤틀리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셨던 인정 많던 어머니

이제 편안히 아버님 곁에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두고 두고 그리울 것 같은 어머니!

바람같이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고

저희 곁을 떠나 하나님 나라에서 영면하실 것입니다.

꽃피고 신록이 우거진 아름다운 5월

어머니는 그렇게 사랑하는 자식들을 두고 훌훌 떠나셨습니다.

 

자식으로서 어머님의 뜻을 따라 서로 더 나누는 삶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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