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를 안고 잠자리에 드는가…覺仙坦山 ]
하라단잔(原坦山;1819∼192) 선사는 에도 후기와 메이지시대의 철학교수이다.
하라단잔 선사는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날 예순 통의 편지를 쓰고는 제자에게 모두 송달하라고 했다. 그리고 세상을 떴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나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난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
하루는 운쇼(雲照) 스님이 하라단잔 선사를 찾아왔다. 운쇼 스님은 불교의 계율을 엄히 지키며 살았다.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고, 아침 11시 이후로는 일체의 음식물을 먹지 않았다. 어느 날 하라단잔 선사는 술에 만취되어 있으면서도 운쇼 스님이 온 것을 알고 말했다.
"어이, 친구 왔나! 어서 들어오게. 술 한잔 할텐가?"
운쇼 스님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술을 안 먹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그래, 그래. 자넨 술을 입에 대지 않지! 하지만 술 한잔 못하는 녀석도 사람인가?"
이 말에 운쇼 스님은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술 한잔 못한다고 사람이 아니라면, 그럼 나는 무어란 말인가?"
이에 하라단잔 선사가 갑자기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자네? 사람이 아니고 부처야 부처."
하라단잔 선사가 에키도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큰 장마를 만났다. 시골길의 깊이 패인 곳으로 갑자기 흙탕물이 넘쳐흘렀다. 마침 아리따운 처녀가 그 흙탕물을 건너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라단잔 선사는 얼른 뛰어가 말했다.
"이리 오시오. 내가 도와 드리리다."
이 말과 함께 처녀를 번쩍 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었다. 에키도는 아무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녁이 되어 둘은 가까운 절을 찾아가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에키도가 입을 열었다.
"수도승은 여자를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것도 젊고 아리따운 처녀는 더 더욱 안 되는 거야. 여자를 가까이하는 일은 수도승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야. 그런데 자넨 왜 낮에 그런 일을 했는가?"
이때 하라단잔은 금시 초문인 듯 말했다.
"낮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데?"
괘씸하다는 듯이 에키도가 다시 말했다.
"낮에 예쁜 처녀를 덥썩 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지 않았는가?"
하라단잔 선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 일 말인가? 나는 그 여자를 흙탕물을 건네준 후 그곳에 두고 왔는데, 자네는 이곳 잠자리까지 데리고 왔구먼!"
- 조오현님의 <선문선답> 중에서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다운 재 (0) | 2009.06.05 |
---|---|
부귀영화보다 더 소중한 것 (0) | 2009.06.05 |
한 손으로 손벽을 쳐보라…雨田默雷 (0) | 2009.06.05 |
태양을 보고 살아라/휴넷 (0) | 2009.06.05 |
역경/고도원의 아침편지 (0) | 2009.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