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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손벽을 쳐보라…雨田默雷

미진수 2009. 6. 5. 08:48

한 손으로 손벽을 쳐보라…雨田默雷

 

 모쿠라이(默雷;1838∼1911) 선사는 메이지시대의 승려이다.


모쿠라이 선사에게 도요라고 하는 한 동자승이 있었다. 어느 날 동자승이 자기도 참선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 모쿠라이 선사가 말했다.

  "도요야, 좀더 기다려라. 아직 어려서 안 된다."

도요는 이미 결심한 바가 있어 스승의 말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모쿠라이 선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녁에 내 방으로 오너라."

저녁에 도요가 와서 꿇어앉자 모쿠라이 선사는 침묵을 깨고 조용히 말했다.

  "너는 두 손이 부딪쳐서 내는 소리를 들어 봤느냐?"

  "예, 들어 봤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손이 내는 소리는 어떠한지를 나에게 보여 주거라."

도요는 물러 나와 이 해답을 풀기 위해 깊은 상념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때 창문을 통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도요는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래, 바로 이 소리야!"

도요는 스승을 찾아가 피리를 연주했다.

모쿠라이 선사가 말했다.

  "틀렸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도요는 물러나와 더욱 깊은 상념에 잠겼다.

  '한 손이 내는 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그때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들렸다.

  "맞았어 이 소리야."

도요는 다시 스승에게 가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를 흉내냈다.

모쿠라이 선사가 꾸짖으며 말했다.

  "그건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냐? 어서 한 손이 내는 소리를 말해라."

힘없이 물러난 도요는 다시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러나 '한 손이 내는 소리가 무얼까' 하고 그것만을 집착하다 보니 모든 소리가 다 그 소리 같았다. 도요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스승을 찾아가 '문풍지 우는 소리''올빼미 우는 소리''귀뚜라미 소리'라고 말했으나 그때마다 꾸중만 듣고 물러났다.

이렇게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드디어 도요는 한 손이 내는 소리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에 도요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소리를 모았기 때문에 더 이상 모을 소리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로소 도요는 선(禪)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 선문선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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