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 광고 외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라
기후 변화가 미디어 산업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지게 되면 미디어 시장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광고는 미디어 산업 수익의 60%에 이르는 주 수익원이다. 광고시장의 성장은 경제성장주기를 따라간다. 호황기에는 광고시장의 성장률이 10%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불황기 때는 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구의 온도가 2.5도 상승하면 GDP는 1.5%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GDP가 1.5% 하락하면 광고시장은 5% 정도 줄어든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광고주들도 광고비를 줄이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 및 소비재 분야는 각종 공해에 대한 규제에 민감한 산업 중 하나다. 이렇듯 환경 문제는 광고 시장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로 인해 광고시장이 위축되면 광고로 운영되는 무가지나 무료TV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가입자들에게 일정한 액수의 시청료를 받는 유료 케이블TV나 다른 미디어 업체들을 고객으로 하는 통신사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미디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느끼게 되면 뉴스의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2차 대전시 유럽의 영화관이 붐볐던 것도 뉴스를 접할 곳이 영화관뿐이라 뉴스에 목마른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높아지면 뉴스의 유료화도 논의 가능하다.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삼아 발전해 온 미디어 산업이 제 2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유가가 오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시장에서는 미디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환경 문제가 거의 없는 온라인 미디어 산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산업: 통신,IT는 '맑음', 반도체는 '흐림'
첨단기술 산업 분야 중 통신장비, IT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그리고 반도체 산업에 대해 스턴 보고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우선 통신장비 산업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큰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비용의 상승은 감수해야겠지만, 신규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시장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반영하듯 통신장비 산업의 평균 R&D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10~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R&D 투자가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인 것이다. 기술력 이외에도 통신장비 제조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한다면 금상첨화다.
통신장비를 만드는 기업은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유리하다.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신제품이 계속 출시되면 장비 교체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화상회의 시스템이 비즈니스 여행을 점차 대체해 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도 늘어난다. 제조, 운송비의 증가를 걱정할 수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통신장비 제품들은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는 것 뿐이라 전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며, 제품 가격이 워낙 고가라 전체 비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부분도 크지 않다.
해수면 상승 또한 통신장비 업체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침수 예상 지역의 네트워크 장비를 재배치해야 하며, 난민이 발생하면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네트워크 장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변화는 네트워크 장비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게 될 것이다.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홍수, 가뭄, 태풍 등의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통신장비 업체에게는 이득이 된다. 시민들에게 신속히 재해 경보를 전달하는 데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IT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기후 변호로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규제의 강화에 따른 새로운 IT 솔루션의 수요가 창출되고,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한 원격 통제기능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T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객은 전세계에 고루 퍼져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인도와 중국의 I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 지역으로 역외 아웃소싱을 맡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들 아웃소싱을 하면 운송비가 증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IT 소프트웨어 산업의 운송비는 CD 배송비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또한 각종 산업 분야의 물류와 제조 분야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신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늘어나고, 화상회의 소프트웨어가 널리 보급되면서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IT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 역시 해수면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공장 등을 이전할 때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수요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연 재해가 늘어나는 것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에게는 이롭게 작용한다. 재해경보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해당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반면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기후 변화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의 반도체 공장이 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 위치해 있어 운송비가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관건이다. 판매량이 많아질 경우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 대책은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반도체가 소모하는 전력을 줄이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통신 분야와 비슷하게 반도체 산업의 R&D 투자도 전력 효율성에 집중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