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상

의약품, 화학산업의 미래는?

미진수 2008. 5. 30. 09:09
[스턴 보고서] 제2탄-의약품, 화학산업의 미래는?

'지구온난화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다룬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시리즈 제 2탄. 이번에 소개할 분야는 의약품과 화학에 관련된 2차 산업들이다. 화학산업은 어떤 분야에 투자와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인가? 유례 없이 늘어나게 될 질병은 무엇이며 의료 시장은 어떤 형태로 변해갈 것인가? 제약업체들은 어떤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가? 지독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미래의 산업들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당신 기업의 미래를 쥐고 있는 환경변화에 주목하라.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의료기기, 제약, 생명공학 등 의약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의료 산업: 뜨는 질병에 주목하라
우선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다양한 전염병이 유행하고, 다양한 질병이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돼지풀 등 천식 알레르기의 주범이 되는 식물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천식이나 기관지염의 발병률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지대에 홍수가 일어나고 갑작스런 태풍이 발생하면 수인성 전염병도 늘어날 수 있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즈 일대에는 뇌염의 일종인 웨스트 나일(West Nile) 바이러스나 디프테리아(diphtheria) 등의 전염병이 돌기도 했다. 열대성 풍토병이 퍼지면 백신의 수요도 늘어난다. 때문에 현재는 해외 여행객들에게만 시행되는 백신 접종들이 일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의한 의약 산업의 변화는 비단 질병의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약품 원료의 공급이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말라리아 치료제의 주요 성분인 알테미시닌(artemisinic acid)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알테미시닌은 주로 중국산 쑥에서 많이 추출되고 있는데, 쑥은 환경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 식물이라 기후가 변화하면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유전공학적으로 알테미시닌을 대량 생산하려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기후 변화는 노인성 질환의 빈도를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로 홍수나 태풍 등 자연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면 인간의 수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 재해의 빈번한 발생은 노인층의 생존율을 특히 떨어뜨릴 것이다.
 
이에 따라 ‘치매’로 잘 알려진 노인질환인 알츠하이머 증후군, 파킨슨씨병 등 중추신경장애 환자 비율은 ‘노령화 사회’를 전제로 한 예측만큼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약 산업: 변화하는 시장에 눈을 돌려라
러시아 등 신흥 의약시장이 커짐에 따라 복제약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이다. (많은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신약의 독점적인 성분특허기간이 끝나면 같은 성분과 효능을 지닌 복제약을 속속 출시해 수익을 얻고 있다. 이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의 가격보다 20% 정도, 또는 그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미 이스라엘의 일반의약품 제조업체인 테바(Teva)는 값싼 복제약을 무기로 러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전세계 의약품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유럽 의료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유럽의 의료 시장은 정부보조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GDP가 감소하고 경제 불황이 오면 정부지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의약품에 대한 개인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신약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는 의약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행히도 유럽의 탄소 배출권 규제는 제약산업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시장은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으로 적은 편이다. 대부분의 미국 제약업체는 특허권 수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요 변화에 적응하기가 쉬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새롭게 떠오르는 의약시장이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한대 지역이었던 러시아의 기온이 올라가고 얼었던 땅이 녹음에 따라 천연자원의 접근 가능성도 상승해 러시아의 GDP는 상승할 것이다. 2005년 러시아 의약시장의 규모는 37억 5000만 달러였다. 글로벌 의약기업들에게는 유럽 시장의 부진을 러시아에서 만회할 좋은 기회이다.
 
인도는 저렴한 노동비용 때문에 세계적인 복제약 생산국이 됐다. 인도의 복제약 제조에 문제가 생기면 그 파장은 전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한편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이제 저렴한 노동비용뿐 아니라 핵심 원료 의약품(API)에서 최종 제조과정까지 전체적인 공정을 수직 통합을 이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다행히도 해수면 상승은 의료 산업에 큰 위협이 아니다. 의약산업의 공장 부지는 대부분 내륙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현상은 항생제 제조에 큰 난관이 될 것이다. 항생제 제조과정에서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도의 상승은 생산 공정 관리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학산업:  ‘신기술’이 해답을 쥐고 있다
화학산업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프레온 가스 등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 때문에 이미 유럽에서는 화학산업을 탄소배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환경규제가 예상된다.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 산업 업체들은 많은 신기술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열병합발전(Combined heat and power)을 들 수 있다. 이 발전 방식은 전력을 생산하면서 남는 열을 고압증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이 때 만들어진 고압 증기는 주로 건물의 난방에 이용한다. 전력 생산과 난방을 따로 할 때보다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열병합발전은 대부분 천연가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바이오 연료를 이용하는 열병합발전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열병합발전소는 발전회사와 화학기업, 공업용 연료 제조업체 등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다.
 
열병합발전 외에도 천연가스에 고압∙고온의 산소를 주입해 액화시키는 가스액화(Gas-to-liquid)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액화천연가스는 이미 전 세계 천연가스 교역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지를 가진 페르시아만 국가 카타르는 천연가스 액화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고, 알제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이 분야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2025년까지 전체 시장은 연간 8%씩 성장할 전망인데, 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되는 가스 사업보다 빠른 성장세이다.
 
석탄이나 석유기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 기술도 등장할 전망이다. 순수산소를 이용한 산화기술이 개발되면 가능해진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인도나 중국의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공해물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기술 분야도 유망하다. 화학 촉매제 대신 효소를 이용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기술을 통해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를 대량 재배할 수 있다.
 
연료나 에너지 부분 외에도 환경 문제를 고려한 많은 신제품들이 등장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물과 전기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헹굼세제나 애벌칠이 따로 필요 없어 환경 오염의 주범인 솔벤트의 사용을 대폭 줄이는 자동차 코팅 제품 등이다.
 
자동차나 항공기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재료 개발도 화학산업의 과제다. 무게가 줄면 움직이는 데 드는 연료도 절약된다. 이외에도 건축물이 쓰이는 단열재를 나노 가공물질로 만들어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꾸준히 투자 중에 있다. 나노 큐브에 수소를 저장하는 새로운 에너지 저장매체를 만드는 일도 화학산업의 몫이다.
 
한편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강이나 바다의 범람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학산업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화학산업의 경우 생산제품의 보관과 물류를 쉽게 하기 위해 강가나 바닷가에 창고를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전세계 1억 7300만 톤의 에틸렌 제품 중 45%가 범람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치에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 새로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