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 보고서] 제4탄- 유통과 자동차, 그리고 항공 산업의 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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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산업: 낮은 운영 비용이 곧 경쟁력
유통 산업분야 역시 기후 변화에 민감한 산업 중 하나다.
특히 유통 산업 중에서도 식료품 유통 산업은 탄소배출 규제, 운송 및 에너지 비용 증가, 원료 가격 상승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온갖 부정적 영향이 총체적으로 미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렇다고 위의 비용들을 대형 유통 업체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 배출 제한에 따른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들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높아진 만큼 전체적인 판매량 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목표 이익률을 달성하려면 가격과 판매량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서민층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 상승으로 자동차를 가져가야 하는 근교의 대형 마트보다는 집 근처의 슈퍼마켓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가 인상으로 운송비가 오르면 그 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이 해외 제품구매로 누리던 이익이 줄어든다. 유통단계의 간소화와 합리화를 외치던 대형 유통업체들 때문에 국내 납품업체들이 큰 고통을 겪어 왔지만, 이제 이들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져 마진이 줄어들 것이다.
유통업체의 전체 비용에서 물류센터 운용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매출액의 2~3% 수준이다. 하지만 2~3%에 불과한 유통업체의 마진을 생각해 보면 전기세 등 운용비용이 오를 경우 전체 이익의 60% 정도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살펴보자. 테스코는 점포설계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점포의 운영에서 에너지의 사용량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점포 설계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 하려는 테스코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테스코는 점포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데 강철 프레임 대신 나무 프레임을 사용했다. 여기서 줄어든 탄소 배출량은 122톤 정도로, 22가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또, 시공에 필요한 모든 건축 자재도 배로 한 번에 옮겨왔다. 차량으로 실어 날랐다면 3만7천 마일의 거리를 75번이나 왕복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스코는 2005년 12월 처음으로 ‘에너지 절약 점포’를 개장했다. 스코틀랜드의 한 점포의 예는 테스코가 얼마나 에너지 절약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점포는 천장을 유리로 덮어 인공조명 대신 햇빛을 점포 안으로 직접 끌어들인다. 천장을 열고 닫는 데 필요한 전력은 풍력발전 터빈으로 자체 생산한다. 이 새로운 형태의 테스코 점포들은 20% 이상의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140개 점포에 절전 형광등을 설치하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며 태양열 발전을 자체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테스코는 2005년 한 해 동안 전체 에너지에 소모되는 비용을 15% 줄였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테스코는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는 조명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기술을 도입했다. 거기다 최근에는 점포별 에너지 사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 의류 유통 역시 식료품 유통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다른 고려 사항이 있다. 여름 옷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현재는 다른 계절의 옷이 여름 옷보다 판매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계절 옷의 가격에도 변동이 일어난다. 2006년 9월, 기록적인 더위 때문에 가을과 겨울 옷의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의류 유통업체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이나 구매, 판매 과정을 서서히 바꿔야 할 것이다.
현재 유통 업체의 주요 비용은 재고, 인건비, 임대료 등에 한정되어 있지만, 광열비나 법인세, 보험료, 배송 비용 등 기타 운영비가 점차 증가할 것이다. 공장에서 유통센터로 제품을 집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의 규제가 이뤄지면 영업 이익률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 높은 연비 반드시 이루어야
자동차 산업분야는 앞으로 5년 안에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교토 의정서의 발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당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조지 W 부시대통령도 최근 임기를 불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의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 입장을 뒤집었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05년 2월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대당 120g/km로 규제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만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1g/km당 1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도 평균 연비를 11.6km/ℓ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차량 1대당 0.04km/ℓ마다 5.5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일본 역시 자동차의 무게에 따라 평균 138g/km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지자체 수준의 규제도 생겨나고 있다. 런던시는 올해 10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6g/km 이상인 차종에 매일 25파운드의 통행료를 받기로 했다. 대신 배출량 120g/km 이하인 차종은 기존 통행료인 8파운드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 이행의 의무대상국에 포함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규제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0년 기준 4억 3000만 톤으로 세계 9위이며, 전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 산업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12%가 자동차에서 나온다. 일반인들도 자동차를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운동단체나 환경 공약을 내건 정치인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신기술 도입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려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배기가스 사후처리 장치인 블루텍(Bluetec)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BMW는 미니(Mini)와 1, 3, 5시리즈 모델에 직분사 방식(direct injection)의 엔진을 쓰고 있다. 직분사 방식의 엔진은 실린더 내부에 고압의 연료를 직접 분사해 완전연소를 돕는다. 연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피아트(Fiat)는 압력의 발생과 연료의 분사를 분리시킨 커먼레일(common rail)방식의 디젤엔진을 내놓았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포르셰(Porsche)도 카이엔(Cayenne) 모델에 직분사 방식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2009년에는 파나메라(Panamera)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도 블루텍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위원회는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규제 기준을 95g/km, 2025년에는 80g/km까지 줄일 계획이다. 기존의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으로는 이 수준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힘들다. 이에 따라 대체기술을 이용한 초저공해자동차(Ultra Low Emission Vehicle)이나 무공해자동차(Zero Emission Vehicle)의 개발이 더욱 시급해 지고 있다.
대체연료의 향방
현재 각광받고 있는 대체기술은 크게 바이오연료, 전기, 수소연료전지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상용화 되기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바이오연료는 10년 내로 전세계 연료의 1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오연료의 재료가 되는 옥수수를 재배할 만한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환경단체들은 남아메리카의 삼림이 옥수수 재배 목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기는 자동차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만큼 강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충전 속도도 느린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에 대체기술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아직까지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성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단계다. 20년 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대체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사이를 메울 과도기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직분사 방식의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엔진이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점화플러그 없이 연료와 공기를 혼합해 높은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 점화시키는 균질예혼합압축착화 기술, 주행상황에 맞게 엔진에 필요한 공기량을 변화시켜 주는 가변식 밸브 기술, 정차시 엔진자동정지 시스템 등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과도기 기술이다.
자동차 산업의 기후변화 대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역시 연구개발자금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의 경영진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항공 산업: 비싼 탄소배출권에 대비하라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서 운항할 때 발생하는 수증기는 온실효과를 증폭시킨다. 현재 항공산업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50년이 되면 이 수치는 1.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6년 12월부터 유럽의 항공사들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해왔다. 또한 2012년부터는 유럽 영공을 드나드는 모든 항공사들도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장거리 운행을 하는 노선일수록 더 비싼 돈을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유럽 위원회(Europe Commission)는 승객당 1.8~9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로 장거리 운항이 많은 한국 항공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가 상승도 큰 문제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항공사들도 연료를 아껴 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게이트에서 활주로까지 이동할 때 차량이 끌고 간다거나(single-engine taxiing), 큰 날개 끝에 소형날개를 설치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양력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활주로가 붐벼 비행기들이 착륙하지 못하고 허공을 빙글빙글 도는 일을 막기 위해 런던 공항은 항공사별 쿼터 제한을 두기도 한다.
![]() 유럽항공연구자문회의(ACARE)는 최근 소음을 반으로 줄이고 연료 소비도 50% 절감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미항공우주국(NASA) 역시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형엔진개발의 진척 속도는 결국 항공사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비행기를 주문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형엔진의 보급은 앞으로 10~15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신형엔진 보급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강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작년 2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공해세가 대표적인 예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모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이를 전세계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유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이미 국제 항공노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실행이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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