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미진수 2013. 7. 23. 09:25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3800원
사막은 사람을 푸르게 한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선
사람 스스로 푸르더라
두려워마라
그대가 지금 황량한 사막에 홀로 있어도
온 세상을 푸르게 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로 파괴되고 상처 입은 뭇 생명들을 위로한 산골마을 선화가허허당 스님이 이제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살라며 우리들을 일으켜 세운다.

두 번째 그림 잠언집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는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는 나약한 마음에 경종을 울리며, 우리들이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갖는 온전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시와 그림들로 채워졌다.

고되고 힘든 나날이지만 아이처럼 순수하고 재밌게 살라는 의미에서 ‘소녀’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주로 실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책은 홀로 수행하는 휴유암 주변의 ‘자연 벗’들을 소재 삼아 보다 간소화되고 종교색을 벗은 그림들로 꾸몄다. 더불어 이미 스님의 수만 트친(트위터 친구)들이 공감한 짧은 시구에 살을 더하고 이야기를 더한 시들은 더욱 풍성해진 의미와 깊은 울림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자기 존재의 귀함을 깨닫게 되는 1장 ‘존재의 길’,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게 되는 2장 ‘인생의 길’,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눈뜨게 되는 3장 ‘행복의 길’,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4장 ‘사랑의 길’, 홀로 훌쩍 여행길에 오르게 만드는 5장 ‘여행의 길’, 자연 속에서 ‘참 나’의 길을 찾게 되는 6장 ‘자연의 길’ 등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허허당 스님의 글은 가르치려 들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라고 쓴 한 트위터리안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마음 저 밑바닥에서 조용히 눈뜨는 삶의 진리와 마주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허허당 스님은 트위터에서 “삶을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자.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삶의 주인이 되어) 멋지게 한번 놀아보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번 그림 잠언집을 출간한다고 그 뜻을 밝혔다. 이 책에는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길’로 안내하는, 마음을 빼앗는 시와 그림들이 가득하다.

쫓아버려라 먼 훗날의 생각일랑, 지금 무조건 행복하라. 사랑하고 사랑해라 그대 존재의 가엾음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슬픈 것이다.

마음을 오므리면 바늘 끝 하나 들어갈 자리 없고 펴면 하늘을 덮고도 남는다. 만약 그대가 빛이라면 쫓아다니며 뿌리려 하지 말고 고요히 앉아 번지게 하라. 뺨을 스치는 바람 소리 네가 있어 행복하다, 세상 하나의 진실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너는 너여서 좋고 나는 나여서 좋다, 무엇을 하든 그대 존재를 즐기는 것이 가장 좋고 아름답다. 자유롭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벗어나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품고도 걸림 없는 것을 말한다. 때론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편안하다,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세상 살만하다. 이 세상이 그대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대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 마음껏 뛰고 놀라는 것이다…….

30년간 산중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며, 있으면 있는 대로 세상과 나누는 집착과 소유를 떠난 길 위의 삶. 자유로운 삶의 표상으로 비워 사는 기쁨을 노래하는 허허당 스님. 저자는 산속 명상에서 얻은 맑은 기운을 시와 그림에 담아 간절한 마음으로 삶의 길을 찾고 있는 뭇 사람들의 타오르는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해준다.
 

허허당 스님의 글들은 잠언형식이라 읽고 이해하기가 쉽다.

 

- 현대불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