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한민족의 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한 거목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특별히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은 DJ가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열심히 추구해 온 지도자였다는 사실이다. 1992년 12월 20일 아침 대통령 당선자로서 그가 내 놓은 제 1성은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를 했을 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다소 고개를 갸우뚱 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반독재 투쟁가였던 정치인 김대중의 입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주의자인 그의 입에서 당선 제 1성으로 ‘시장 경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라는 것은 한 마디로 ‘경제적 자유’가 만발하는 시스템을 이야기 한다. ‘시장’의 본질은 ‘자유’다. 그러나 진보는 ‘자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주의자의 지상 가치는 자유가 아니라 ‘평등’이 아니던가? 소위 진보의 고수라고 여겨져 온 DJ가 대통령 당선 제 1성으로 ‘시장 경제’를 부르짖었다는 것은 그래서 뜻밖이었던 것이다. DJ는 이를 말로 부르짖었을 뿐 아니라 사실 대통령 재임 중 이를 실천하려고 줄기찬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 그의 재임 중 한국의 ‘세계화’가 가장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 경제와 ‘세계화’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고 세계화가 없는 시장 경제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DJ는 과감하게 외국인 투자에 대해 문을 열었다. 1998년 1년 동안에 들어 온 외국인 투자가 해방 후 50년 동안의 외국인 투자를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금융 자율화는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DJ 임기 말 쯤에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아세아에서 가장 건전하고 자율적인 것 중의 하나로 평가 되었다. 물론 IMF 경제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고 외세의 압력도 있었다. 2001년 IMF를 졸업하고 나서도 몇몇 문제는 남아 있었지만 이러한 자유화의 흐름이 계속 되었다는 사실은 DJ의 의지를 읽게 해 준다.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국 경제는 사실 그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이 자율화되고 한국이 더 개방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훨씬 더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로 변모했다. 물론 상당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벤처열풍이 불면서 젊은 벤처 사업가들이 불어 넣는 역동성에 의해 한국 경제는 옛 재벌 중심 경제와는 다른 새로운 활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는 ‘시장 경제’를 추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나라의 떡을 키우는 것은 ‘시장 경제’라는 것이고 그것에는 진보나 보수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DJ는 우리나라 어떤 정치인보다 어떤 면에서는 가난한 서민에 대한 배려가 강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시장경제와 대외 개방을 그토록 강하게 추구했다는 것은 바로 그것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이라는 진리를 웅변적으로 시사해 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시장경제가 떡을 가장 잘 키우고 결국 떡이 가장 클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 갈 몫이 가장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입증해 주고 있을 뿐이다. 영국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블레어 수상, 역사상 최장 호황을 이끌어 내었던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진보 정당 소속들이다. 그들이 하나 같이 ‘시장’의 원리를 가장 소중한 원칙으로 삼고 경제를 운용했고 또 그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를 들어 금융권의 대 수술 과정에서도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경제 회복의 성공을 크게 돕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DJ의 이념과 법통을 잊겠다고 자처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그들이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이 유업으로 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념적 줄기는 바로 ‘경제적 자유’, 즉 ‘시장 경제’라는 사실이다. |
전성철 IGM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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