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춘성

미진수 2009. 7. 2. 16:10

만해 용운께서는

 

산중 괴각(乖角)이시라

상좌도 딱 하나밖에 두지 않았다.

상좌도

산중괴각이라

승어사(勝於師)

산중괴각이시라

 

춘성 선사

 

만해 용운이 감옥에 갇혀 계실 때

만해의 독립이유서를

몰래 받아내어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에

보내었다.

 

춘성 선사

 

그는 아예 상좌 하나도 두지 않았다

이불 없이 살았다

하기야 절 뒤안에 항아리 묻어

거기 물 채워

물속에 들어가

머리 내놓고 졸음 쫓는

선정(禪定)이니

기어이 수마를 모조리 내쫓아 버렸으니

 

경찰서 불려가 신문 받을 때

본적 어디냐 하면

우리 아버지 자지 끝이다

고향이 어디냐 하면

우리 어머니 보지 속이다

 

누군가가

부활을 말하자

뭐 부활

뭐 죽었다 살아

죽었다 살아나는 건

내 자지밖에 보지 못했다

이놈

 

한밤중에 다 잠들었는데

그는 마당에 나와

돌고 돌며

행선 삼매라

 

신새벽 잠깐만 눈 붙이고

다시 새벽 선정에 새치롬히 들어간다 무릇 아지 못해라

 

- 춘성- 무애도인 삶의 이야기 중 <고은 시인의 만인보 25권> 인용 -

 

 * 괴각(乖角) : 어그러지게 난 뿔

   승어사(勝於師) : 스승을 뛰어넘은 청출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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