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용운께서는
산중 괴각(乖角)이시라
상좌도 딱 하나밖에 두지 않았다.
상좌도
산중괴각이라
승어사(勝於師)
산중괴각이시라
춘성 선사
만해 용운이 감옥에 갇혀 계실 때
만해의 독립이유서를
몰래 받아내어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에
보내었다.
춘성 선사
그는 아예 상좌 하나도 두지 않았다
이불 없이 살았다
하기야 절 뒤안에 항아리 묻어
거기 물 채워
물속에 들어가
머리 내놓고 졸음 쫓는
선정(禪定)이니
기어이 수마를 모조리 내쫓아 버렸으니
경찰서 불려가 신문 받을 때
본적 어디냐 하면
우리 아버지 자지 끝이다
고향이 어디냐 하면
우리 어머니 보지 속이다
누군가가
부활을 말하자
뭐 부활
뭐 죽었다 살아
죽었다 살아나는 건
내 자지밖에 보지 못했다
이놈
한밤중에 다 잠들었는데
그는 마당에 나와
돌고 돌며
행선 삼매라
신새벽 잠깐만 눈 붙이고
다시 새벽 선정에 새치롬히 들어간다 무릇 아지 못해라
- 춘성- 무애도인 삶의 이야기 중 <고은 시인의 만인보 25권> 인용 -
* 괴각(乖角) : 어그러지게 난 뿔
승어사(勝於師) : 스승을 뛰어넘은 청출어람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베트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 이성선 (0) | 2009.07.06 |
---|---|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주는 법문/춘성 스님 (0) | 2009.07.02 |
짝짝이 양말 (0) | 2009.07.02 |
이순간/피천득 (0) | 2009.06.25 |
삶 (0) | 200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