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중기 이후 서민들의 삶이란
이민족의 침입에 대비하여 낮엔 성을 쌓고
밤엔 농사를 짓거나 길삼을 하면서 살아가는
고달픈 인생살이다.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노래하고 춤추고
나름대로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군상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남자 주인공 만송이는
학이 날으는 청자를 굽는 도공이고
여자 주인공 순이는 착하고 아름다운 꽃다운 처녀
둘은 사랑하여 결혼하여 애무하고 춤추고
열락을 즐기듯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때 나라가 어지러워 몽고군이 침략하고
순수한 백성들은 그들의 노리개가 되거나
목숨을 잃고 한마디로 난장판이 되는 난리가 났다.
뜻있는 이들도 사라지고 혼돈은 계속된다.
얼마가 지나면 이 혼돈도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데
그것이 바로 쌍화점이었다.
고려가요를 배우며 쌍화점(첨)이 뭘까?
이해도 하지 못했는데
결국 몽고군이 우리나라 처자들을 잡아가고
놀이개로 삼아 손목을 잡아버리는 것이었다.
비참한 속에서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백성이 몽고의 앞잡이가 되어
한 핏줄 한 형제의 피를 빨고 더 괴롭히고
몽고군과 어울려 국적불명의 타락할 대로 타락한
문화를 만들어 질펀하게 놀아나는 것이 바로 쌍화점
광대들과 창기들과 술주정에 난봉꾼들..
어지러운 가운데도 떠들썩한 웃음은 하늘을 덮었다.
나는 이 쌍화점에 이르러 슬픔과 탄식을 절로 내뱉게 되었다.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어쩌면 그리 닮아 있는지?
국적 불명의 문화에 심취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고
가야할 길을 몰라 헤메이는 데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 잡아줄 지도자도 없는 혼돈의 시대
결국 자기만을 위한 이웃도 백성도 국가도 생각할 수 없는
상실의 시대...
그러면서도 흥청망청 자기의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 시대..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애잔한 가운데서도 온갖 괴롭힘에 시달리던 순이는
몽고군 장수를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
흡사 임진왜란 때 진주 남강에 적장과 함께
몸을 던진 논개의 절개마냥 그렇게..
남자 주인공 만송이도 몽고군에게 눈을 찔러 장님이 되고
하늘을 나는 푸른 학도 분노의 불길에 타 사라지듯
분노에 휩쓸려 방황하다가 청자만드는 것도 그만두었다가
죽은 순이의 혼을 애무하고 만나게 된다.
죽은 순이와의 영혼의 교감이 하나씩 하나씩 되살나며
새로운 희망의 싹이 싹터 올라왔다.
몽고의 침략을 물리치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혼신을 다한 노력 끝에
다시 청자속으로 하나 둘 새들은 날아든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8만개의 새들이 찾아와 청자를 이루는 과정
사슴공주로 출연한 한 영애의 애잔한 소리와
군무와 합창과 역사가 있는 이야기가 어울려
흔히 말하는 우리식 뮤지컬, 가무락이 함께하는
참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을 감상하며
비오는 토요일 저녁 인간의 희노애락과 역사의 진실과 슬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는 뜻깊은 공연을 감상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도 부처님 같이(해설) (0) | 2007.11.06 |
---|---|
사박걸음으로 가오리다(해설) (0) | 2007.11.06 |
두 권의 책 이야기 (0) | 2007.10.11 |
"뇌"를 읽고 (0) | 2007.10.11 |
"내 신발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0) | 2007.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