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밥하러 가요!
운전이 서툰 어느 주부가 차에 ‘초보운전’이라고 써 붙이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운전 중에 실수를 하자 사방에서 손가락질을 하였습니다.
“아줌마가 뭐하려고 차를 끌고 나와!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라며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그 주부는 ‘초보운전’ 대신 ‘저 밥하러 가요’고 크게 써 붙이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운전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자신감과 유머가 바꾸어준 삶의 모습 이랍니다.
오늘 아침 위의 글을 읽고 나서
요즘 저의 생활이 생각나 몇자 적어봅니다.
얼마전 저의 안해가 수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사분의 일이 앓고 있다는 자궁근종
평소에 생리통이 심해 몇 번 검사를 해봤는데
그리 크지 않다고 해 참아내며 그런대로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아스피린 등 진통제도 듣지 않아
몇 군데 가서 정밀진단 결과 수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의료원에서도 수술실 예약이 밀려 두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요
그런데 얼마전 태풍이 지나가고 느닷없이 연락이 왔습니다
태풍 때문에 수술할 사람이 오지 않아 앞당겨 수술할 수 있다고..
부랴부랴 입원하고 다음날 수술하고..
이틀동안 병상에 있는 안해와 같이 새우잠을 잤습니다.
병실이 부족하다고 수술하고 하루지나 퇴원을 했습니다.
수술하고는 거의 까무라쳐 있는 엄마를 보는 두 딸은
차마 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댔더랬는데....
거동도 불편한 안해를 집에 모셔다 놓고 병수발 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알아둘 일은
개복수술은 의료보험이 되고 더 신기술인 복강경 수술은
의료보험이 안된다고 하길래 그런 불합리한 제도가 있느냐?
원시적인 개복수술보다 회복속도도 빠르고 사후 치료비도 덜 드는데
신기술이라고 의료보험이 안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항의겸
이의를 제기하였답니다.
어제 재진료를 갔더니 의료보험이 안되는 게 의료보험 처리가 되었다고
거금 33만원이나 되돌려 주어 받아왔답니다
역시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 불합리한 걸 따져보는 게 옳았던 거는
아닐까 싶어 사족을 달아봤습니다.
암튼 오늘의 주제 밥하는 남자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의 오늘 아침 일정도
미역국을 끓이고 된장찌게 덥혀놓고
둘째아이와 밥 먹은 거 설겆이 까지 깨끗하게 하고
출근했다는 사실입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앓아 누워있을 때
마음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
유영모 선생님의 수제자이신 유달영 박사님은
여든이 넘어 부인께서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이실 때
모든 수발을 다 들어 주시면서
당신이 나에게 이런 봉사의 기회를 준 것 만해도
나에게는 행복이고 복이라고 하셨답니다
저는 그 마음과 정성에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약간 귀찮다 싶은 주문을 하는 안해의 말에
짜증보다는 즐거움으로 수발하려고 노력중이랍니다
10년만의 무더위가 한줄기 소나기에 사라지듯
모든 어려움도 가을의 귀뚜라미 한 소리에 사라지고
가을의 투명함과 살을 간지럽히는 상쾌함이
항상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이 글은 어사연 카페에 2004년 8월 31일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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