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합동분양소를 다녀와서
먼저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살아돌아온 학생들과 학부모께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지난 4.16일 세월호의 침몰과 참사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적나하게 속살까지 다 내비친 부끄러운 날이었습니다.
어느 언론에선 이날을 기려 국치일로 삼아야 한다고 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하겠다는 정부가 안전사고에 대해 이렇게 갈팡질팡하다니요.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승객의 안전은 모르쇠하고,
맨 먼저 탈출해 온갖 변명만 늘어 놓아 더욱 분노케 했습니다.
초기에 대응하지 못해 희생자들을 키운 대한민국의 공공기관들은
하나같이 구조선이 정비중이었다. 그렇게 빨리 침몰할 줄 몰랐다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하였습니다.
진도관제센터의 교신내용은 몇일이 지난 다음
그것도 조작의 흔적을 남기고 공개 아닌 공개를 하였습니다.
국민들이 미개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만
국민들은 하나같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기 위해 자원봉사를 떠나고
온갖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조문하고 위로했습니다.
이처럼 위대한 국민들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난 4월 24일 인천의 국제성모병원에 모셔진 분들의 합동분양소에 다녀왔습니다.
용호초등학교 동창생 17명 중 12명의 희생되신 분들과
학생들을 구하다가 숨진 세월호 5인의 의인인 박지영 양도 있었습니다.
꽃다운 나이 어린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박양은 다른 선장과 선원들과 무엇이 달라서
한쪽은 서둘러 제 생명만 지키겠다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데 그 자리를 지켰을까요?
서로 인간을 인간답게 인정하고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없었으면
생사의 갈림질에서 아무나 하지 못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제 나이 또래인 용호초등학교 동창생들 모습은 바로 내 친구들 모습이었습니다
60평생 일만하다 이제 인생 제2막의 여유를 좀 누려볼까 했더니
덜컹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할까요?
도저히 이 세상을 용서하지 못할 거 같았습니다.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처럼 전에 있던 직장 동료들을 만나 통음하며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모셔진 합동분양소를 찾았습니다.
고잔초등학교 운동장에 밀집한 조문객들을 보고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올림픽기념관에 분양소가 있다고 했는데 초등학교에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풀렸습니다
담을 돌자 늘어선 조문객의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운동장을 몇바퀴 돌아
인도에 까지 겹겹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문하는데 3시간이 걸렸지만 이리구불 저리구불 마주치는 눈길마다
한없는 슬픔으로 가득한 비통한 얼굴들 뿐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합동분양소에 한꺼번에 100여명이 들어가 묵념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천진한 얼굴을 대할 때 저도 모르게 목구멍이 막혔습니다.
흐느낌이 목을 타고 눈물이 되어 흘렀습니다.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수도 없었습니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죽게 했는가?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우리가 이리도 무참하게 껶여 버렸는가?
주변의 화려하게 핀 철쭉과 개나리가 더욱 선명하기만 한데..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분양소 앞을 가득 메운 살아돌아오란 희망 메시지,
그리고 원망과 분노의 글들을 마주했습니다.
"제발 다시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지 마라"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길건너 100여 미터 앞 낮은 언덕에는 단원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교문앞 그들을 추모하는 글들과 리본, 초코렛이나 음료수들이
줄지어 있고 무심히도 철쭉은 화려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 슬프고도 아픈 모습을 도저히 가슴에만 담아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희생당한 학생들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무너진 나라가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 더욱 미안하다.
편히 잠들거라
무너진 이 나라를 다시 세우는데 힘을 보태겠다.
살아돌아온 학생들아!
미안해 하지 마라
당당하게 먼저 간 친구들 몫까지 힘차게 살아라
그리고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는데 힘을 보태라
그것이 너희들의 몫이다"
슬픔과 분노가 이만큼이나 하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내면서도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의 합동분양소에서도
이런 슬픔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하루 속히 모든 실종자들의 구조와 희생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무너진 우리나라가 다시 올바로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