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축의금 일만 삼천 원/이철환
미진수
2013. 10. 17. 08:48
약 10여년 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없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일만삼천 원과 편지 1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라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단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일만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단다
- 해남에서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댓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엉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카톡으로 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