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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여신들에게

미진수 2013. 1. 22. 10:13

운명의 여신들에게

- 프리드리히 휠덜린(독일시인) -

 

여신들이시여, 제 노래가 완전히 무르익도록

한 철의 여름과 가을을 더 허락하소서

제 노래의 달콤함을 마음껏 누리고 나서

기꺼이 죽으리다.

 

살아서 거룩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영혼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성스러움이 충만하면

시는 결실을 맺으리다.

 

그때가 되면 암흑세계의 정적마저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제 노래를 두고 떠아야 하더라도

결코 불평하지 않으리다. 적어도 한 번은

신들처럼 살아봤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나이다.

 

 

- 셀리 케이컨 <죽음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