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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알찬 살림법

미진수 2012. 6. 15. 15:40

 < 작고 알찬 살림법 >

어떤 씨알도 다
구슬처럼 돼 있습니다.

그 뜻이 무엇입니까?

밖에서 오는 해를
될수록 받지 말자는 것입니다.

구슬은 같은 몸을 가지고
최소의 겉가죽을 가진 것이요,

바깥과의 접촉을
오직 한 점에서만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명의 지혜입니다.

우주적인 생각 끝에
생명의 씨를 가장 완전히 보호하기 위해
그 모양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씨알의 구슬 모양에는
무한한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겸손한 자 땅을 차지한다는 것이 이것입니다.
한 점밖에 소원이 없습니다.

사람은 이 구슬 알 식의 살림법을 해야
모든 환란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씨알이라야 산다” 함석헌 전집 8권 58쪽 -

< 풀이 >
씨알은 작고 둥글다. 자기 몸을 줄이고 줄여서 작게 만들고 둥글게 만들어서 모나지 않는 구슬모양을 하고 있다. 몸을 작고 둥글고 단단하게 만들어 그 안에 크고 무궁한 생명을 품은 것이 생명의 지혜다. 씨알이 제 속에 지닌 생명의 신비한 보물을 빼앗기거나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몸을 작고 둥글고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작고 둥글기 때문에 씨알은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다. 생명을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생명을 온전히 꽃 피울 수 있다. 비바람이 치거나 불이 나거나 대적의 공격을 당해도 씨알은 작고 둥글고 단단하기 때문에 이기고 살 수 있다. 산업자본주의 기술사회가 아무리 거칠고 사나워도 작고 둥글고 단단하게 사는 씨알은 생명과 정신의 씨알맹이를 지키고 싹틔우고 자라고 열매 맺게 할 수 있다. 씨알의 소원은 살자는 것뿐이다. 살려는 일념을 가졌기 때문에 온갖 유혹과 시련을 이기고 살 수 있다. -박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