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경제학 -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비즈니스의 발견
인구의 경제학 -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비즈니스의 발견
이 영 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인구문제는 미래예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인구의 미래는 미래를 이해하는데 있어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인구에 관한 한 통계를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인구의 미래에 대한 좋은 자료가 많이 있는데도 이것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과거 우리가 운영해온 산아제한정책을 들 수 있다. 지난 1983년에 이미 한국의 대체출산율(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은 2.1명 이하를 기록했다. 대체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1983년에 이미 곧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냈는데도 우리 정부는 1997년까지 14-5년 동안 기존의 출산억제정책을 계속 유지해 왔던 것이다.
교육부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초등학생 숫자가 지금 400만명 가까이 된다. 2010년이 되면 330만명, 2020에는 250만명, 2050년이 되면 220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학생을 합친 전체 학생수를 보더라도 현재 1,000만명 정도의 숫자가 2010에는 990만명, 2020년 740만명, 2050년 610만명으로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줄어들고 있는 학생숫자에 맞추어 학교통폐합을 추진하고 교사수급을 제대로 관리하느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전국적으로 학생숫자가 100명이 안되는 학교(한 학년에 평균 15~6명)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최근까지도 교육대학을 신설해서 교사 숫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인구 규모 자체가 그 나라의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인구와 질높은 인적자원을 가진 인도가 미래에는 세계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얘기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월등하게 많은 인구에 근거하는 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가? 한국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하여 그 이후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즉 노동력은 2년전인 2016년을 고비로 하여 감소한다고 한다. 이런 예측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한국의 미래사회를 전망해보고, 거기에 맞추어 정부정책이라든가 일반 기업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몇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우선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줄면 구매력이 줄어 시장이 위축되기가 십상이다. 또한 노동력의 감소는 생산활동의 둔화를 불가피하게 한다. 이처럼 경제의 양면 즉 수요와 공급 양면을 모두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활동 자체가 둔화될 소지가 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소비측면에서는 가구주의 연령이 40-50대에 다다를 때 제일 왕성하게 이루어진다. 가구주의 연령이 60대로 넘어가서 은퇴를 하고 나면 소비규모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실제로 60대 가구의 소비규모는 40대 가구의 62%, 그리고 50대 가구의 6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을 1955년으로 본다. 한국전쟁 이후 이때부터 베이비붐이 일어나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났다. 연간 인구가 100만명 이상씩 증가되었던 것이다. 195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은 2009년 현재 55세이다. 이제는 은퇴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와있다. 본격적인 은퇴는 이 사람들이 만 60세가 되는 2015년경에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전반의 소비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세대주가 사회활동이 왕성한 30-40대에 집을 넓혀가면서 주택구입을 활발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05년부터 이미 30-40대 인구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단, 일생에서 가장 큰 집을 살 수 있는 연령대인 40-50대 인구는 2016년까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적 큰 주택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30-40대 인구가 선호하는 주택들에 대한 수요는 이미 둔화가 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인구의 구성과 변화를 감안해 볼 때 주택수요 둔화는 예견된 불가피한 현상인 것이다.
주식의 경우를 본다면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40-50대가 주식투자의 중심축이 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40대 이상의 가구에서 전체 주식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40-50대 인구가 2016년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 되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수요도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향후 경제전망이 밝지 못하다. 경제활동 측면에서 공급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도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요즈음은 무빙 라이프라고 해서 사람들이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이동하는 시간이 5분씩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전체국민의 이동시간은 350만 시간이나 된다. 이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이동형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DMB TV, 무선 인터넷, 휴대용 게임기 등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새로운 상품들의 시장이 계속 커가고 있다.
두 번째, 이제는 음식물로부터 섭취하는 칼로리 열량을 어떻게 하면 줄여나가느냐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쓰고 있다. 살찐 모습이 과거에는 부유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현대에는 게으름이나 나태한 자기관리로 대변되고 있다. 따라서 마른 몸매를 유지하고 만들어주는 저지방․저칼로리 식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 여성 활동의 강화로 인한 남성용 가정용품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요즘 여러 면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면이 많다. 앞으로 세상은 여성들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면들이 더 많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처럼 남성의 근육질이 필요했던 시대가 아니라 여성의 감성이나 섬세함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앞으로는 남성들이 주부, 가사 일을 도맡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남성전용 육아 가사 제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남성화장실에서도 애기 기저귀를 갈아 채울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있고, 주방용품인 싱크대도 여성전용의 낮은 싱크대가 아니라 남자들의 체격에 맞추어서 키가 높은 싱크대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네 번째, 가정에서 외동이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산아제한정책이 아직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소위 ‘소황제’가 엄청난 소비계층으로 등극했다. 요즘 애기는 태어날 때부터 집안에서 제일 소중하고, 귀하고, 파워풀한 존재로 시작한다.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 외동이에 대한 지출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고급 유아용품, 교육, 오락, 나아가 어린이 전용 펀드 같은 상품에까지 그 파급력을 확대 시키고 있다. 이런 골드키드가 만들어내는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 바쁘게 생활하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외롭다. 이런 말도 있다.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사이버상에서는 자주 연락하고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친하게 사귀었지만, 정작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편리함을 위해, 또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발명된 기기들이 오히려 인간을 더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섯째, 일인가구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업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고령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일이라든가 맞벌이 자녀에 대한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말벗도우미, 홈케어 폰, 방과 후 학습지도 도우미 같은 시장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 외 아침을 거르는 젊은 독신가구들을 상대로 한 모닝세트, 생식용 음식 시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