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상

139살, 늙지 않는 장수기업의 비결

미진수 2008. 9. 1. 09:06

139살, 늙지 않는 장수기업의 비결
기사입력: 08-07-16 14:46  |  조회: 1231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에 통달한
139년 역사의 덴마크기업, GN Store Nord로부터 배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될까? 최근 쉘(Shell)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12.5년,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15년이다. 이래저래 채 20년을 못 넘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으로 치면 10 대 한창 나이에 사라지는 기업이 수두룩한 현실 속에서 100년을 넘게 장수하며 신사업을 개척하는 기업이 있다.

덴마크 기업 지엔 스토어 노드(GN Store Nor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1869년 전신회사로 해저와 대륙을 관통하는 전신 케이블 설치 회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GN은 헤드셋과 보청기 전문기업으로,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기업의 장수와 회춘 비결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편집자주)


지엔 스토어 노드(GN Store Nord; GN)는 1869년 코펜하겐에서 설립됐다. 그 때만 해도 전신회사로서 해저 및 대륙을 관통하는 전신 케이블을 설치했다. 창업자(C. F. Tietgen)는 러시아와 극동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국제적인 전신망 구축에 열을 올렸다. 정보기술이 처음으로 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GN의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70년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첫 번째 결단, 사업 다각화
1939년 6월 28일, 콩겐스 뉘토르프(Kongens Nytorve)에 있는 GN 본사.

임원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기업의 생사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GN은 1869년 설립된 이후로 덴마크 기업의 신화였다. 수익창출과 안정성으로 명성이 높은 덴마크 1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초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전세계를 뒤덮은 경기침체와 전운이 감도는 국제정세는 회사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에 GN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린다. 1969년부터 70여 년 동안 회사의 핵심사업이었던 국제 통신망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후 GN은 덴마크의 배터리회사(A/S Hellesens Enke & Ludvigsen) 인수를 시작으로 통신, 전기설치, 보청기 등 8개의 사업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GN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덴마크의 경제학자 스틴 톰슨(Steen Thomsen)의 연구에 의하면, 1940년대 당시 덴마크 대부분의 대기업은 다각화 전략을 수행했다. 그 결과 다각화를 실행한 기업의 생존률이 그렇지 않았던 기업보다 높았다. GN의 다각화 선택은 시대흐름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었다.

과감한 두 번째 결단, 글로벌 틈새전략
그 후로 5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와서 GN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덴마크 거대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통신기기 생산업체로 변모한 것. 이미 1987년부터 GN은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영역에서 철수하고 회사를 매각하고 있었다. 사실 20세기 말에 접어들던 당시 GN은 다양한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지만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게다가 GN의 주가도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주주와 주식전문가들은 GN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GN은 자신들의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영역인 배터리 사업과 전자기기 사업을 과감히 매각했다. 1991년 휴대폰 사업에서의 철수를 예로 들 수 있다. GN은 덴마크 개인용 휴대폰 서비스 업체인 소노폰(Sonofon)과 합작해 흑자를 얻고 있었지만, 집중화 전략을 펴기 위해 매각을 단행했다. 위와 같은 비 핵심사업의 정리를 통해 난 수익을 핵심사업분야에 재투자했다. 핵심사업에서 시장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GN의 200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회사를 사고 팔았던 총액이 2001년 총 자산을 초과할 정도였다.

더불어 GN의 목표시장도 변화했다. GN은 창립 이후 러시아 및 동유럽 지역이 주 타깃시장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1990년 후반부터 GN의 전략과 일치하지 않게 됐다.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높지 않았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때문에 러시아와의 합작기업은 차례로 매각되었다. 그리고 GN의 기업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 다른 사업군들도 서서히 정리했다.

2003년 집중전략 기업으로 또 한 번 변신
2003년 1월 2일 GN 임원진은 공식적으로 ‘뉴 지엔(New GN)’을 발표한다. New GN의 주요 골자는 ‘퍼스널커뮤니케이션(personal communication)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그 외의 사업분야는 정리한다’는 것이다. 핵심사업으로 삼은 personal communication의 주 사업영역은 헤드셋과 보청기 사업이다. 다각화 기업에서 집중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으로 또 한번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GN은 주력사업영역을 2개로 정리했다. 먼저 헤드셋 사업군이다. GN 넷콤(GN Netcom)은 헤드셋 주력 자회사로, 1987년 세계최초 헤드셋 스테토마이크(Stetomike)를 출시하는 등 헤드셋에 대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휴대폰과 연결되는 블루투스(Bluetooth) 헤드셋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헤드셋을 취급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업은 보청기사업이다. GN 리사운드(GN ReSound)는 보청기를 생산하고 GN 오토메트릭스(GN Otometrics)는 청력검사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GN Netcom과 ReSound는 주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전략을 수행했다.

첫째, 영국과 미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노동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했다. Netcom은 1987년에 ReSound는 2001년에 생산공장을 중국 샤먼에 설립했다. 이는 생산비를 줄이는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급속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장과 함께 R&D센터를 설치해 아시아 고객 요구 파악에 나섰다. 생산과 더불어, 물류체계도 재정비했다. 원활한 물류공급을 위해 Netcom은 공급망 관리 시스템(total logistic solutions)을 구축했다. 중국 샤먼에서 생산된 제품은 홍콩에 있는 대규모 물류 창고에서 아시아 전 지역으로 이동한다.

둘째,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기술력을 얻는 전략을 폈다. 예를 들면, GN Netcom은 2002년 미국 기업 자브라(Jabra)를 인수했다. Jabra는 2000년 세계 최초 모바일 블루투스 헤드셋을 출시한 회사이다. 북미시장에서 높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일 뿐 아닐 뿐 아니라 매우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Jabra를 인수하고, GN Netcom의 모든 제품을 Jabra 브랜드로 통합하는 원 브랜드, 원 컴퍼니(One Brand, one Company)정책을 실시했다. 이 결과, Jabra의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GN Netcom은 세계 1위 블루투스 헤드셋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GN Netcom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블루투스 헤드셋 제품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한해 평균 1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GN의 2006년 전세계 블루투스 마켓 점유율은 50%로 1위이며, 판매량은 2700만 개이다. 2007년의 판매량은 약 3500만 개에 달한다.

셋째, GN은 디자인을 통해 경쟁자들과 차별화 하고 있다. GN Netcom은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기기 제조업체인 뱅앤 올룹슨(Bang & Olufsen)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야콥 젠슨(Jacob Jensen)을 Jabra 디자인에 참여토록 했다. 그 결과 CES(세계최대가전박람회) 혁신부문 수상, 이프(iF) 제품 디자인상, 레드 닷 모바일(Red Dot Mobile) 선정 최고의 액세서리, 티쓰리 골드(T3 Gold) 그리고 씨엔이티(CNET) 편집자 선정상 수상을 포함해 무수한 제품 디자인 상을 수
상했다. 2007년도에는 ‘디자인 이즈 유어셀프(Design is yourself)’라는 디자인 패키지로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소비자가 직접 Jabra의 인터넷 사이트(http://uswww03.gnnetcom.com/Jabra/Cover/index.php)에 들어가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 커버를 디자인 하고 출력해 자신의 제품을 꾸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참신한 시도를 통해 Jabra를 알렸다. 또한 GN ReSound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보청기 ’닷(dot)’을 출시했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착용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가지 색깔의 제품을 구비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GN은 139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했다. 환경이 변화하면,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을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은 과감히 들여왔다. 위기의 순간에서 GN은 늘 과감한 결단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탈피하는 번데기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139살의 장수기업. 그가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경영연구원 사유라 연구원 yrsa@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