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살, 늙지 않는 장수기업의 비결
첫 번째 결단, 사업 다각화 임원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기업의 생사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GN은 1869년 설립된 이후로 덴마크 기업의 신화였다. 수익창출과 안정성으로 명성이 높은 덴마크 1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초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전세계를 뒤덮은 경기침체와 전운이 감도는 국제정세는 회사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에 GN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린다. 1969년부터 70여 년 동안 회사의 핵심사업이었던 국제 통신망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후 GN은 덴마크의 배터리회사(A/S Hellesens Enke & Ludvigsen) 인수를 시작으로 통신, 전기설치, 보청기 등 8개의 사업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GN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덴마크의 경제학자 스틴 톰슨(Steen Thomsen)의 연구에 의하면, 1940년대 당시 덴마크 대부분의 대기업은 다각화 전략을 수행했다. 그 결과 다각화를 실행한 기업의 생존률이 그렇지 않았던 기업보다 높았다. GN의 다각화 선택은 시대흐름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었다. 과감한 두 번째 결단, 글로벌 틈새전략 더불어 GN의 목표시장도 변화했다. GN은 창립 이후 러시아 및 동유럽 지역이 주 타깃시장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1990년 후반부터 GN의 전략과 일치하지 않게 됐다.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높지 않았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때문에 러시아와의 합작기업은 차례로 매각되었다. 그리고 GN의 기업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 다른 사업군들도 서서히 정리했다. 2003년 집중전략 기업으로 또 한 번 변신 GN은 주력사업영역을 2개로 정리했다. 먼저 헤드셋 사업군이다. GN 넷콤(GN Netcom)은 헤드셋 주력 자회사로, 1987년 세계최초 헤드셋 스테토마이크(Stetomike)를 출시하는 등 헤드셋에 대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휴대폰과 연결되는 블루투스(Bluetooth) 헤드셋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헤드셋을 취급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업은 보청기사업이다. GN 리사운드(GN ReSound)는 보청기를 생산하고 GN 오토메트릭스(GN Otometrics)는 청력검사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GN Netcom과 ReSound는 주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전략을 수행했다. 첫째, 영국과 미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노동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했다. Netcom은 1987년에 ReSound는 2001년에 생산공장을 중국 샤먼에 설립했다. 이는 생산비를 줄이는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급속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장과 함께 R&D센터를 설치해 아시아 고객 요구 파악에 나섰다. 생산과 더불어, 물류체계도 재정비했다. 원활한 물류공급을 위해 Netcom은 공급망 관리 시스템(total logistic solutions)을 구축했다. 중국 샤먼에서 생산된 제품은 홍콩에 있는 대규모 물류 창고에서 아시아 전 지역으로 이동한다. 셋째, GN은 디자인을 통해 경쟁자들과 차별화 하고 있다. GN Netcom은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기기 제조업체인 뱅앤 올룹슨(Bang & Olufsen)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야콥 젠슨(Jacob Jensen)을 Jabra 디자인에 참여토록 했다. 그 결과 CES(세계최대가전박람회) 혁신부문 수상, 이프(iF) 제품 디자인상, 레드 닷 모바일(Red Dot Mobile) 선정 최고의 액세서리, 티쓰리 골드(T3 Gold) 그리고 씨엔이티(CNET) 편집자 선정상 수상을 포함해 무수한 제품 디자인 상을 수 GN은 139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했다. 환경이 변화하면,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을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은 과감히 들여왔다. 위기의 순간에서 GN은 늘 과감한 결단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탈피하는 번데기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139살의 장수기업. 그가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세계경영연구원 사유라 연구원 yrsa@igm.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