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상
보험과 금융, 자본재와 소비재 산업의 미래는?
미진수
2008. 5. 30. 09:11
[스턴 보고서] 제3탄- 보험과 금융, 자본재와 소비재 산업의 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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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은 위험성 증폭
보험에 하나 들려고 하면 수 십여 개 보험사들이 내 놓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보험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곤 한다. 종류도 많고 숫자도 많지만, 보험의 원리는 간단하다. 개인이나 기업은 보험에 가입해 혹시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한다. 위험을 보험사로 이전하는 셈이다. 보험사는 가입자들의 위험을 떠안는 대신 보험료를 받는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투자해 수익을 올리며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금을 지급한다. 투자 수익이 보상금보다 많으면 흑자고, 보상금이 투자수익보다 많으면 적자다. 보험사가 흑자를 내려면 미래에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보험사의 핵심 역량은 예측 능력이다. 보험사들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을 통해 사고 확률을 측정한다. 그런데 과거에 없었던 요인이 등장하면 예측모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미래 예측이 힘들어진다.
![]() 위험도 또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보험사들이 부담하는 위험도 그만큼 늘어난다. 갑자기 홍수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의 수질이 떨어져 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보험상품의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문제는 보험료가 오르는 만큼 가입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익 구조도 불안정해진다. 그렇게 되면 보험사의 전체적인 위험관리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게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 등은 보험사가 부담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지적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때문에 금융시장이 위축되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말했듯 보험산업은 보험료를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위축되면 보험사가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진다. 투자수익률도 떨어지고, 보험사가 운용할 수 있는 자산규모도 줄어드는 것이다. 채권이자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보험사들은 만기가 긴 상품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수익률이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데, 채권이자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가 엄격해지는 상황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5년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미국의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지급 준비율을 높였다.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위와 같은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보험사들은 다양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난 채권(catastrophe bond)이다. 재해채권은 지진, 허리케인, 테러, 홍수 등 특정 재해가 발생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이자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재해채권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산업의 미래는 대체로 ‘맑음’
보험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금융산업 전망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반면 투자시장에서는 기술변화와 연관된 투자성과가 기대된다. 무공해 에너지에 대한 자금투자규모는 2004년 300억 달러에서 2006년 630억 달러로 2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의 10%가 무공해 에너지 산업과 관련돼 있다.
기후선물이나 탄소배출권 시장 등 새로운 2차 시장이 생겨나는 것도 좋은 기회다. 2005년 9월 현재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선물이 상장되어 22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편 2006년 9월 세계은행이 집계한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도 2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경제 안정성이 깨지고 불확실성이 늘어나면 새로운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융산업에서도 국제 M&A가 활성화 되면서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지역에서 발생한 기후변화의 파장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자본재 산업의 미래도 ‘맑음’
자본재 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로운 자본재의 수요가 모든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발전산업의 자본재 수요는 가장 크다. 현재 발전산업이 이산화탄소 발생의 최대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무공해 기술의 도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미 원자력 발전과 풍력 발전이 상용화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화력 발전 대신 원자력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 도상국들은 아직까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앞으로는 핵융합, 태양열, 연료전지 등 많은 대체에너지 기술들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상업화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기술은 생산된 전력을 대량으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일례로 풍력 발전은 기술의 특성상 한 번 생산된 전력을 바로 쓰지 않으면 금방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전력의 대량저장기술이 개발되어야만 한다.
수자원 산업분야도 자본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세계 인구의 세 명중한 명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온난화 현상으로 사막 지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자원의 적절한 공급과 식수의 오염방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에 따라 오염물질을 분리하는 필터나 펌프, 파이프 등의 기초 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물을 쓰거나 부산물로 물이 나오는 산업분야에서는 하수 재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수요도 늘어남에 따라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도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지이(GE)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이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40명의 기술전문가들이 투입된 이 프로그램은 다음의 사항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까지 매년 15억 달러씩 무공해 청정기술 R&D에 투자하고, 같은 기간 동안 무공해 청정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200억 달러씩 판매한다. 또한 2012년까지 자사 제품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 줄이는 것 등이다.
![]() 이멜트 회장은 “환경친화적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GE의 자리도 넓어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현재 GE는 각종 산업의 자본재인 가스 터빈, 풍력발전용 터빈, 태양열 발전기, 신형 항공엔진, 담수화 장비, 절전형 전구 등을 생산하고 있다.
GE는 또한 전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능탐지기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방사능탐지기는 원자력발전에 필수적인 자본재다.
지멘스(Siemens)는 기후변화를 리스크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절전형 제품이나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제품 등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크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제품은 환경 규제에 대해 충분히 차별성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멘스는 1999년부터 다우존스 지속가능기업에 선정됐으며 2005년에는 비영리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선정한 기후변화 리더십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지멘스는 환경친화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내부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지멘스의 계열사들은 신제품 개발 시에 기준들을 항상 준수해야 한다.
소비재 산업은 환경변화에 맞는 신제품 개발이 관건
소비재 회사들은 탄소 배출권 시장에 의무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사치품의 소비를 줄이고 식량 확보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한편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다.
온난화 현상에 알맞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들은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쓸 것이며, 남보다 빨리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는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다.
![]()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대표적인 사치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는 최근 환경선언문을 내걸고 환경친화적인 경영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주류업체 디아지오(Diageo)도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의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각국 상장기업들의 탄소 배출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프로젝트다. 디아지오는 양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공법을 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식음료 제품의 원료인 농산물의 재배가 힘들어진다. 기온이 상승하면 작물의 성장은 빨라질 수 있지만,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인해 성장에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
수질이 악화되면서 깨끗한 농업용수를 구하기도 힘들어 질 것이다. 게다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더욱 자주 나타날 것이다. 때문에 농산물의 공급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맥주나 화장품 등의 소비재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각국 정부의 규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식량이 모자라 배급제를 실시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수질의 악화에 따라 식품 및 음료 제품의 안전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만일 농산물 수출에 제한이 걸린다면 싼 가격에 원재료를 수입해 오던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자국에서 충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동안 원재료 수입으로 제품 가격을 35% 정도 낮추어 왔던 것을 고려해 보면 분명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운송비용이나 에너지 비용이 오르는 것도 문제다. 유가 상승과 등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늘어만 간다. 특히 소비재 산업은 일부의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마진이 작은 편이어서 영향이 더욱 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