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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왕삼매론

미진수 2007. 3. 22. 16:50
 

<보왕삼매론 서문>


- 불교신행연구원  김 현준 -


  이 보왕삼매론은 중국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에 걸쳐 중생을 크게 교화하셨던 묘협(妙挾)스님의 저서인 “보왕삼매염불직지” 총 22편중 제17편에 나오는 구절을 가려뽑아 엮은 글입니다. 저자인 묘협스님은 불교의 여러 수행법을 점검하고 닦아본 결과, ‘염불이야말로 가장 쉽게 삼매에 이를 수 있는 수행법’이라 확신하고, 불삼매를 백천만 가지 삼매 중에서 가장 보배롭고 으뜸되는 것이라 하여 ‘보왕삼매’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17편 ‘십대애행’은 묘협스님께서 삼매를 닦음에 있어 방해가 되는 열 가지 큰 장애를 여러 불경에 의지하여 정립해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보왕삼매론’은 전체의 내용을 다 수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곧 열 가지 큰 장애를 대처하는 열 가지 불구행(구하지 말하야 할 행)과 그 장애가 없을 때 자라나는 내면적 허물까지만 뽑아 엮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묘협스님 원래의 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면적 허물이 만들어내는 외면적인 폐단을 비롯하여, 각 장애요인을 꿰뚫어보는 방법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월간 ‘법공양’에서는 원문을 원래대로 다시 살려 전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때에 우리가 장애를 큰 스승으로 삼고 보왕삼매론의 가르침 속에큰 복전을 가꿀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다행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두가 이 보왕삼매론을 통하여 큰 기틀과 큰 행복과 큰 자유를 증득하옵기를 축원드립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로써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원림(園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와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에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리라.


  저 앙굴마라와 제바달다의 무리가 모두 반역스런 짓을 하였지만, 우리 부처님께서는 모든 수기를 주셔서 성불하게 하셨으니, 어찌 저의 거슬리는 것이 나를 순종함이 아니며 저의 방해한 것이 나를 성취하게 함이 아니리.


  요즘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하여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Ⅰ. 병고를 양약으로 삼아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겨나기 쉽고

 탐욕이 생겨나면 마침내 파계하여 도에서 물러나게 되느니라.

 병의 인연을 살려 병의 성품이 공(空)한 것을 알면 병이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慾乃生 貪慾生必破戒退道

 識病因緣 知病性空 病不能惱 是故大聖化人 以病苦爲良藥



Ⅱ. 고난은 해탈의 원동력


 세상살이에 고난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고난이 없으면 교만과 사치한 마음이 생겨나고

 교만과 자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반드시 모두를 속이고 억압

 하게 되느니라.

 고난의 경계를 잘 살펴 고난이 본래 허망한 것임을 알면

 고난이 어찌 나를 상하게 하랴.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고난으로써 해탈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處世不求無難 世無難則驕奢必起 驕奢起必欺壓一切

 了難境界 體難本妄 難亦奚傷 是故大聖化人 以患亂爲解脫



Ⅲ. 마음공부와 장애


 마음공부 하는 데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공부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등급을 뛰어넘게 되고 배움이 등급을 뛰어넘으면 반드시 얻지 못하고서도 ‘얻었다’고 하게 되느니라.

 이 장애에 뿌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장애가 스스로 고요하여져서 장애게 걸릴 것이 없어지나니,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을 자유로이 거닐어라’ 하셨느니라.


 究心不求無障 心無障則所學躐等 學躐等必未得謂得

 解障無根 卽障自寂 障不爲礙 是故大聖化人 以障礙爲逍遙

 


Ⅳ. 수행인의 서원과 마(魔)


 수행하는 데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견고해지지 못하고 서원이 견고해지지 못하면 반드시 중득하지 못하고서도 증득했다고 하느니라.

 마가 허망한 것임을 꿰뚫어 보고 마 자체에 뿌리가 없다는 것을 사무쳐 알면 마가 어찌 ‘나’를 괴롭힐 수 있으리.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로써 수행을 돕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立行不求無魔 行無魔卽誓願不堅 願不堅必未證謂證

 達魔妄有 究魔無根 魔何能嬈 是故大聖化人 以群魔爲法侶



Ⅴ. 일은 업따라 이룬다


 일을 도모함에 있어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성취되면 뜻이 경박하고 교만하여지며 뜻이 경박하고 교만해지면 반드시 ‘나는 유능하다’고 스스로를 칭하게 되느니라.

 생각나는대로 일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일을 이룸은 업을 따르는 것. 일이란 지금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일의 어려움을 안락으로 삼으라’하셨느니라.


 謀事不求易成 事易成則志成輕慢 志輕慢必稱我有能

 量事從心 成事隨業 事不有能 是故大聖化人 以事難爲安樂




Ⅵ. 서로를 살리는 정을 나누며


 정을 나누되 나에게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나의 이익을 바라며 정을 나누면 도의를 잃게 되고 도의를 잃게 되면 반드시 그릇됨을 드러내게 되느니라.

 정의 근본을 잘 살펴볼지니 정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은 인연을 의지할 뿐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힘든 교제로써 깨달음의 밑천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交情不求益成 情益我則虧失道義 虧道義必見人之非

 察情有因 於情難强 情乃依緣 是故大聖化人 以弊交爲資糧



Ⅶ. 인간관계 속의 수행


 다른 사람이 순종하고 거스르지 않기를 바라지마라.

 사람들이 순종하여 거스르지 않으면 내심으로 자신을 뽐내며 내심으로 자신을 뽐내게 되면 반드시 내가 옳다고 고집하느니라.

 깨달은 이의 처세는 사람들의 허망한 행위를 관하여 그냥 무심하게 주고받을 뿐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거역하는 사람으로써 원림(園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於人不求順適 人順適則內心自矜 內自矜必執我之是

 悟人處世 觀人妄爲 人但酬報 是故大聖化人 以逆人爲園林



Ⅷ. 베풀되 보답을 바람이 없이


 덕을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말라.

 베푼 덕에 대해 보답을 바라게 되면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도모하는 생각이 있게 되면 반드시 화려한 명예를 드날리고자 하느니라

 덕의 본성이 없음을 밝히고 덕이 영원하지 않음을 관조할지니 덕이란 참 알맹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짝 버리듯이 하라’ 하셨느니라.


 施德不求望報 德望報則意有所圖 意有圖必華名欲揚

 明德無性 照德非常 德亦非實 是故大聖化人 以施德爲棄屣


Ⅸ. 참된 자기 이익의 길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을 바람이 분에 넘치면 반드시 어리석은 마음이 요동을 치고 어리석은 마음이 요동을 치면 반드시 추악한 이익 때문에 자신을 훼손시키느니라.

 세상의 이익이란 본래 공(空)한 것, 분에 넘치는 이익을 바라면 번뇌만 커지나니 이익을 허망되이 구하지 말지어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이익을 멀리하는 것으로 부귀를 삼으라’ 하셨느니라.


 見利不求霑分 利霑分則癡心必動 癡心動必惡利毁己

 世利本空 欲利生惱 利莫妄求 是故大聖化人 以疎利爲富貴



Ⅹ. 억울함을 향상의 기회로


 억울함을 당하여 거듭거듭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자꾸만 밝히고자 하면 상대와 나를 잊지 못하고

 상대와 나를 두게 되면 반드시 원한이 무성하게 자라나느니라.

 억울함을 받아들여 능히 참고 용서하라 참고 용서하면 겸허하게 바뀌나니 억울한 일이 어찌 나를 상하게 할 수 있으리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받아들이는 것을 수행의 문으로 삼아라’ 하셨느니라


 被仰不求申明 仰申明卽人我未忘 存人我必苑恨滋生

 受仰能忍 忍仰爲謙 仰何傷我 是故大聖化人 以受仰爲行門


結 막힌데서 통한다



이와같이 막히는 데서 통하고 통함을 구하게 되면 도리어 막히나

바로 장애 속에서 모든 오묘한 경지를 이루게 되느니라.

여래께서도 장애 가운데에서 보리도를 얻었을 뿐아니라 앙굴마라와 제바달다의 무리가 반역되는 짓을 하였으나 그들에게 수기를 주고 교화하여 성불토록 하셨느니라.

어찌 저 거역되는 것들을 나의 순리로 삼지 않을 것이며 어찌 저들의 훼방이 나의 성취가 되지 않을 것인가.

하물며 시절이 각박하고 세상이 악하여 인생살이가 이상하게 흐르거늘 도를 배우는 사람이라 하여 어찌 장애가 없겠는가.

만약 먼저 장애에 머물러 보지 않으면 장애가 다다랐을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하여 법왕의 큰 보배를 이로 인해 잃게 되리니 이 어찌 애석하지 아니하랴.


如是則居碍反通 求通反碍 於此障碍皆成妙境

如來於障碍中得菩提道

及鴦屈摩羅之輩 提婆達多之徒 皆來作逆

而佛悉與其記 化今成佛

豈不以彼逆 而爲吾之順

以彼毁 而爲吾之成也

何況時簿世惡 人事異常

於學道人 豈無障碍

於今若不先居於碍 則障碍至時 莫能悱遺

使法王大寶因玆而失 可不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