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를 가만히 지켜보면 우스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우습다고 해서 꼭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곡식이 필요한 집에 필요한 만큼의 곡식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집은 먹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곡식이 남아돌고, 어떤 집은 식구들이 주릴 정도로 곡식이 모자랍니다. 하늘이 공평무사하지만은 않구나 싶어 한 번 웃습니다. 현명한 사람이 높은 벼슬에 오르고, 재주 있는 사람이 재주를 다 펴보면 좋으련만 높은 자리에 어리석은 사람이 있고 재주가 있어도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하늘의 뜻을 알 수 없어 또 한 번 웃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복에 따라 부귀가 다르다 해도 그 또한 완벽하거나 변치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처가 지혜로운가 싶으면 남편이 어리석고 아비가 아껴서 재산을 모아 놓아도 자식이 탕진해 그 재산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세상이 공평해지나 싶어 또다시 웃음이 납니다.
어디 인간사만 그럴까요? 달이 차올라 밝다 싶으면 구름이 이내 가려 버리고, 꽃이 피어 예쁘다 싶으면 바람이 떨구어 버립니다. 좋은 것도 영원할 수만은 없구나 하는 생각에 무상함을 느끼며 또 한 번 웃습니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하고, 안타깝고, 무상하고, 허망한 세상사 앞에서 이치에 달관했다 해서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쁘지도 않은데 헛웃음이 나는 그 마음을 누가 알까요? 웃고 있는 저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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