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죽음 >
함석헌
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퍼져나가는 가지같이 그칠 줄 모르는 삶의 음악을
손에, 발에, 소리에, 얼굴에 넘쳐흐르게 하는 일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한 맘을 묶어
정성껏 바친 한 사람을 위해 맘껏 일하다가
힘껏 싸워 죽을 수 있다면
그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보다도 흘러가는 세상 물결 속에
흐르지 않는 사업을 쌓아
바위 위에 서서 죽는 등대지기같이
그 위에 서서 죽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도
또 영원히 실현될 길 없는 이상의 맑은 불꽃을 안고
새파란 나래째 부나비 되어
그 안에 뛰어들어 타죽고 만다면
그것은 그것은 얼마나 눈물[이] 나는 일인가?
즐거움, 아름다움, 행복, 영광을 다 모르고
[나도, 세상도, 온 길도, 앞날도 다 볼 줄을 모르고]
그저 타, 타, 타, 영원한 불길로 타오르고만 마는
그 일은 [아]아, 그 일은 얼마나 눈물나게 거룩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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