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산오름/황인숙

미진수 2008. 6. 24. 07:57

            산오름 / 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휙휙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림의 미학  (0) 2008.06.27
숨어있는 능력-고도원의 아침편지  (0) 2008.06.25
의사결정의 시점  (0) 2008.06.23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은 6월 20일  (0) 2008.06.20
중생이 아프니 보살도 아프다 (유마경)  (0)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