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중앙일보 새해특집] STOP! 노화
① 節食 - 불로장생의 '묘약'
칼로리 30%줄이면 10년 더 산다.
'지놈(Genome)에서 므두셀라로'. 현대의학의 흐름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므두셀라'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9백69세를 살아 불로장생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인체 지놈사업으로 조물주의 설계도를 찾아낸 인류는 노화(老化)시계를 멈추기 위한 꿈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과학자들은 불로초를 찾던 진시황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화와 질병, 소멸을 차단하는 열쇠 찾기에 나섰다.
그들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1백세인이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새해를 맞아 중앙일보는 노화 방지를 탐구하는 첨단 연구소와 장수촌 탐방 등 인간의 무병장수 꿈을 풀어가는 세계의 현장을 찾아간다.
1935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라이브 매케이는 처음으로 열량(칼로리)을 제한한 쥐가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학계에 보고했다.
절식(節食)한 쥐는 평균 48개월을 산 반면 먹고싶은 대로 먹인 쥐는 3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이어 61년 미국 필라델피아 암연구소의 모리스 로스 박사는 절식을 통해 59개월 동안 생존한 쥐의 사례를 발표했다. 사람으로 치면 1백80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2002년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 조지 로스 박사가 15년 동안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절식 실험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쥐와 똑같은 결과를 보였다. 여기서 절식이란 평균 열량 섭취량을 30% 줄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에게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절식만으로 10년 이상의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숱하게 많은 불로장생의 비방 가운데 가장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바로 절식이다. 그렇다면 절식은 왜 노화를 억제하고 우리는 어떻게 절식을 실천해야 할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세계적 노화학자 스티븐 스핀들러 교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 LA 교외에 위치한 UC 리버사이드대학을 찾았다.
그의 실험실은 쥐 특유의 퀘퀘한 냄새로 가득 찼다. 그의 실험용 가운을 타고 기어오르는 쥐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최근 이색적인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알약 하나로 절식의 노화방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꿈의 신약 개발이다.
"절식의 노화방지 효과를 유전자가 매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는 DNA칩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먹인 쥐와 절식한 쥐 간에 나타나는 1만1천여개 유전자 발현(發現)의 차이를 모두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적게 먹으면 이들 유전자가 개체의 생존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체내 염증을 억제하고, 병들고 늙은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며, 독성물질을 빨리 내보내는 방향으로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는다. 따라서 절식하면 오래 사는 것은 물론 암과 심장병.뇌졸중.치매 등 난치병도 피할 수 있다고 스핀들러 교수는 역설했다.
그의 이론은 진화론적으로도 설명된다. 그는 "영양과잉 상태에 있는 여성일수록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느려진다. 또 남성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 진화론적으로 포식하면 빨리 죽기 때문에 죽기 전에 종족 보존을 위해 생식 기간을 한껏 늘리기 위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절식은 무엇보다 인체 설계도인 유전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쥐의 경우 전체 유전자의 30%에 해당하는 11만여개가 한꺼번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 유전자는 이른바 '발현'(發現)이란 과정을 통해 인체를 조절한다.
과식에 의한 수명단축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과식으로 과도한 영양물질이 체내에 쌓이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성적인 염증을 조장한다. 이러한 염증이 오래 되면 암이나 노화가 유발된다.
둘째, 세포자살을 막는다. 세포자살이란 늙고 병든 세포가 스스로 죽는 현상. 세포자살이 되지 않으면 암세포처럼 불량품으로 돌변해 무한정 증식함으로써 개체를 죽인다.
셋째, 해독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인체는 시시각각 음식과 공기를 통해 수백만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다. 이들이 인체에 탈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는 유전자를 동원한 특유의 해독능력이 있기 때문. 절식의 수명연장효과는 이러한 인체 역기능의 재조정에 있다.
그렇다면 이미 한평생 먹고 싶은대로 먹고 산 노인들에게 때늦은 절식이 효과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였다. 스핀들러 교수는 "사람의 나이로치면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늙은 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만 절식을 시켜도 유전자 발현이 젊어지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사람의 경우 1년 정도만 절식해도 한평생 절식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체내에서 일어난다는 것.
적게 먹고 골골거리며 오래 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란 지적도 잘못된 상식임을 역설했다. 그는 "쥐든 원숭이든 근력과 순발력.지구력 등 체력과 호르몬 분비량 등 활력의 지표들을 조사해보면 30% 절식한 쥐가 마음껏 포식한 쥐보다 오히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입맛과 식욕을 억제해가며 적게 먹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의사이자 다이어트 이론가였던 버거 박사를 예로 들었다. 버거 박사는 94년 40세의 한창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당시 그의 체중은 1백65㎏. 이론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알약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절식 때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효과를 체내에서 똑같이 구현해주는 서너가지 화학물질을 찾아내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마음껏 먹어도 노화와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 꿈의 알약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지만 현재까진 순조로운 상태"라며 "운이 좋다면 수년 이내에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버사이드(캘리포니아)=홍혜걸 의학전문기자
[2003 중앙일보 새해특집] 절식 어떻게 하나
쌀밥?기름기 줄이고 채소 많이 먹어야
노화 방지와 질병예방의 효과를 지닌 절식은 소식이나 단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영어로는 '열량 제한(calory restriction)'으로 표기된다. 소식(小食)이란 식사의 양을 줄인다는 의미이므로 칼로리를 제한하는 절식과는 다르다.
즉 한번에 먹는 음식량이 많아도 탄수화물이나 지방 대신 채소나 과일 등 섬유소가 많은 경우라면 절식에 포함된다. 식사를 아예 하지 않아 열량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는 단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정설이다. 평균 섭취 열량을 30% 줄인 식사량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절식이다.
절식을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세계적인 노화학자로 절식 이론을 주창한 전 텍사스의대 노화연구소장 유병팔 박사는 "한국인의 열량은 주로 밥에서 비롯되므로 절식을 위해선 무엇보다 밥을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자신 하루 한끼만 먹는 절식주의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유박사는 "적은 열량으로도 매일 아침 10㎞를 뛰는 등 일상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털어놨다. 효과적 절식을 위해선 영양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열쇠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원숭이 실험에서 나왔다.
전체적인 열량을 30% 줄이돼 탄수화물과 지방 구성은 줄인 반면 단백질은 7% 가량 늘렸다. 그 결과 수명 연장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이 경우 38세까지 생존하는 원숭이가 나왔으며 이를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1백14세에 해당한다. 즉 채식 위주 식사를 하되 쌀밥과 기름기를 줄이고 소량의 육류로 단백질을 보충해주면서 전체적으로 열량을 줄이는 방식이 가장 타당한 절식 방법이란 결론이다.
STOP! 노화] 2. 사르데냐의 장수비밀
'100세' 환갑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다
적포도주 즐기며 적당한 일?운동
나이 먹어도 면역능력 감퇴 없어
중앙일보의 'STOP! 노화'특별취재팀은 국내에는 안 알려졌지만 세계의 대표적 장수촌인 이탈리아 중서부 사르데냐섬을 찾았다.
사르데냐인이 1백세 이상 살 가능성은 다른 서구인의 거의 두배에 달한다. 이곳에선 1백만명당 1백36명이 백세인(1백년 이상 산 사람)으로 등록된다(서구 평균은 75명).
최근 사르데냐에는 각국에서 장수 연구 학자들이 몰리고 있다. 유전적인 동질성, 출생기록의 정확성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사르데냐 섬 사사리에서 만난 80대 후반 남성 지오반니 푸츠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대뜸 "모레노 심판 때문에 월드컵 때 한국에 졌다"며 흥분했다. 그리곤 파울로 로시 등 흘러간 이탈리아 축구스타들에 대한 정확한 기억력을 노인답지 않게 과시했다.
올비아의 택시기사 안토니오 니두(71)는 "아직도 살 날이 30년은 더 남았다"며 "사르데냐의 남성은 조상(유전자).하늘(공기).음식 덕분에 9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다=사르데냐는 2백22명의 백세인이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1999년 이후 뜨기 시작한 '신흥(新興)'장수촌이다. 기네스북이 2001년 '세계 최고령자'로 명시한 안토니오 토데(2001년 작고)를 비롯, 지난달 말 1백12번째 생일을 맞은 지오반니 프라우(세계 셋째 고령자) 등이 이곳 출신이다.
세계 최고령자 40명 가운데 5명이 사르데냐에서 살고 있다. 아직 공인되지는 않았으나 20세기 초에 사망한 한 사르데냐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1백24세)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아케아 프로젝트(사르데냐 백세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수행해온 사사리대학 피에트로 파스키노 박사는 "이곳 주민들은 신선한 공기.시골생활.지하수.우유.친인척들과 나누는 관심과 보살핌.모든 일에 절제하는 태도 등이 장수 비결이라고 규정한다"며 "식사도중 포도주를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장수에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덧붙여 낙천적 성격의 유전자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시골생활을 꼽는다.
사르데냐의 산악지역인 누오로에선 1백만명당 2백44명이 1백세 이상이다.
사르데냐는 또 남성 백세인.장수자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백세인의 남녀비율이 1대 2(서구 평균은 1대 5)로 세계의 어느 곳도 따라오지 못한다. 누오로지역에선 1대 1.1이다.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남성의 평균수명(85세)이 여성(80대 초반)보다 높은 곳이기도 하다.
◇면역능력 길러야 장수=면역능력(병에 대한 저항성)이 클수록 오래 사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면역능력은 T세포.B세포.대식(大食)세포 등 주로 세 가지 '무기'를 통해 발휘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연구팀은 사르데냐 백세인을 조사한 후 나이를 먹으면 T세포.B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세균 등 이물질을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기능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르데냐 연구 결과 환갑이 지난 60,70대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1백세는 환갑부터 준비해도 늦지않다는 것. 대식세포를 강화하려면 포도주.토마토.올리브유 등 항산화(抗酸化)식품을 즐겨 먹고 적절한 운동, 지속적인 노동, 스트레스를 가급적 안 받고 즐겁게 사는 생활자세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인지 사르데냐 남성들은 80세 이후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사망률을 보인다.
◇남성 장수인이 여성보다 건강=남성 백세인은 대체로 여성 백세인보다 건강하게 지낸다. 이를 근거로 볼로냐대학 클라우디오 프란체스키 교수는 "남성의 장수는 유전자, 여성의 장수는 생활습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분석한다.
사사리대학 시리아코 카루 교수는 "유전자가 남성의 장수를 좌우한다는 좋은 사례가 사르데냐 브룬두 형제(각각 1백3세.1백1세)"라며 "이 형제는 평소 건강상태가 크게 차이났지만 둘다 백세인이 됐다"고 말했다.
남성의 성(性)염색체인 Y염색체에서 일어난 어떤 변이가 장수의 비결일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아케아 프로젝트팀은 Y염색체 위에 있을 미지의 장수 유전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사르데냐(이탈리아)=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STOP 노화] "유전자?생활습관이 장수원인"
사사리大 데이아니 교수
"사르데냐에 1백세를 넘긴 '무드셀라'(9백년 넘게 살았다는 성경 속의 인물)가 유독 많은 것은 유전자.생활습관.환경.지중해식 식사의 절묘한 조합 덕분이다." 사르데냐 백세인의 비밀을 역학(疫學).인구학.유전학적으로 규명하는 아케아(AKEA:'백살까지 살라'는 의미)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사르데냐 사사리대학 임상생화학연구소 루카 데이아니(60.사진)교수의 진단이다.
-무엇이 장수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나.
."유전자가 제일 중요하며 나머지는 보조적이라고 봐야한다."(이는 인간의 장수에서 유전자의 지분은 25%에 불과하다는 덴마크의 연구결과와는 사뭇 다른 주장이다. 덴마크의 연구는 일란성 쌍둥이 2천9백쌍을 대상으로 했었다.)
-사르데냐 백세인의 유전적 특성은 무엇인가.
"특이하게도 유전병(치명적이지 않은 병임)이 장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도당6인산탈수소효소(포도당 분해)결핍증이란 유전병에 걸릴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두배나 높다. 이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장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돼 연구 중이다."
-이곳 생활습관 중 장수에 특히 유익한 것은 무엇인가.
"사르데냐인은 외떨어지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전 3, 4시부터 일어나 일을 해야 했다. 중노동은 여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하루에도 수십㎞를 걸어서 다녔다. 또 매사를 기쁜 마음으로 해 걱정.불안.스트레스를 잘 털어내는 경향이다."
-이곳 백세인이 즐기는 음식은.
"올리브유.적포도주로 대표되는 지중해식 식사를 주로 한다. 우유.치즈.양고기 등도 즐겨 먹지만 생선은 일본보다 덜 먹는다. 카라자우라고 하는 마른 빵도 좋아한다.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독주를 즐겨마시는 데 반해 사르데냐인은 적포도주를 선호한다. 이 때문인지 심장질환 발생률이 본토의 절반 수준이다."
[STOP! 노화] 사르데냐 섬은…
지중해에서 둘째로 큰 섬인 사르데냐. 인구는 1백60만명 가량이며 면적은 2만4천㎢로 제주도보다 10배 이상 크다.
사르데냐는 지리적으로 외떨어져 있는 데다 외부 인구 유입이 거의 없고 동족(同族)간 결혼이 주로 이뤄져 유전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또 지중해 빈혈.포도당6인산탈수소효소 결핍증.당뇨병 등 유전병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사르데냐를 '유전자 공원'이라고 부른다.
또 주민 상당수가 목축업에 종사하고 포도주 등 지중해식 식사를 즐겨 하며 근면하고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장수 코드(Code)를 후천적인 요인에서 찾으려는 학자들에게는 최적의 연구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사르데냐인은 성당에 세례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이를 신뢰할 수 있다.
장수지역인 소련의 카프카스지방.안데스산맥의 빌카밤바.파키스탄의 훈자지방.중국 서부 등은 나이 기록이 불확실한 게 단점이다.
사르데냐인의 장수 코드를 풀기 위해 현재 현지의 사사리대학 외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와 세계 최고(最古)대학인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등이 연구에 나서고 있다
STOP! 노화] 3. 불로장생의 신약 개발 꿈
4번 염색체 속에 長壽의 비밀 있다
'4번 염색체의 비밀을 찾아라'.
놀랄 만한 건강을 유지한 채 1백세를 넘기는 백세인의 신비가 바로 인체 내 4번 염색체 속 유전자에 있는 것으로 미국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또 4번 염색체를 장수형으로 바꿔주는 장수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4번 염색체는 인체 세포마다 있는 23쌍의 염색체 중 하나다.
20세기 의학은 지난 한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을 두배 가까이로 늘렸다. 미국 보스턴 의대에서 만난 토머스 펄 교수는 "현재 보통사람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병 치료를 잘하면 누구나 85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생활습관이란 정상체중.금연.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면서 야채와 생선을 주로 먹는 식습관을 말한다.
하지만 백세인의 반열에 끼려면 이보다 15~2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과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1세기 이상을 살게 하는가.
◇4번 염색체 추적=그 해답을 찾고자 하버드 의대, MIT대 부설 화이트헤드 연구소(Whitehead Institute), 럿거스 대학 유전학 교실, 장수연구 벤처기업인 센타지네틱스 등 미국 보스턴에서 첨단 의과학 연구를 하던 학자들이 1997년부터 합심해 백세인들에 대한 유전자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이들은 건강한 백세인(1백37명)과 그들의 90세 이상 형제.자매 등 3백8명을 찾아 유전자 분석을 했다. 그리고 4년 뒤, 초장수 백세인들이 공통적으로 4번 염색체에 특이한 유전자 변화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 같은 획기적 발견을 하는 데는 2000년 완성된 인간유전자지도(Human Genome Project)가 큰 몫을 했다. 사람의 세포엔 부모로부터 23개씩 받은 23쌍의 염색체가 있으며 각 염색체는 유전자인 DNA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인간유전자지도를 통해 밝혀진 사람의 유전자는 3만여종이다.
첨단 장수연구의 현장인 보스턴 센타지네틱스 연구실. 장수 유전자를 이용한 노화 방지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첨단 연구실답게 유전자 실험은 대부분 로봇의 몫이다.
여기서 나온 기초 자료는 곧바로 컴퓨터에 입력돼 분석작업이 진행된다. 사람이 하는 일은 로봇과 컴퓨터를 조작하고 이들이 내놓은 자료를 해석하는 일이다.
장수 유전자 발견에 공헌한 센타지네틱스의 에린 조이스 박사는 "4번 염색체에는 50~1백여개의 유전자가 있다"며 "이 중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피해가게끔 하는 핵심 장수 유전자를 1년6개월 전부터 찾고 있다"고 들려준다.
주된 작업은 1천2백만개에 달하는 해당 유전자의 염기(鹽基)서열을 정밀 분석하는 일. 현재까지 2개의 장수 유전자를 찾아내 발표를 목전에 둔 상태다.
연구진이 장수 유전자를 찾는 최종 목적은 규명된 유전자의 세밀한 구조와 기능을 밝혀 무병장수를 도와주는 약을 개발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명 관련 유전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장수와 직접 관련된 유전자는 크게 ▶'노화를 늦추는 유전자'와 ▶질병 발생을 막아주는 '질병 회피 유전자'로 나눌 수 있다. 즉 백세인들은 바로 4번 염색체에 이런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먼저 노화를 늦추는 장수 유전자의 존재는 백세인의 모습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다. 지금껏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살면서 독서를 즐긴다는 볼리 카바노(101.남)씨.
젊은 사람들과 농담을 즐기는 그의 얼굴에선 깊은 주름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90% 이상의 백세인들이 92세까지는 젊은이와 다름없는 독립된 생활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 신약 개발=앞으로 개발될 장수 신약 중 하나가 바로 이 노화를 늦추는 장수 유전자와 동일한 성분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약이 개발되면 젊은 시절부터 복용해 노화 그 자체를 더디게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질병 회피 유전자는 죽는 순간까지 건강한 노년기를 보장해 준다. 연구팀의 토머스 펄 교수는 "사실 장수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도 시름시름 앓으면서 오래 살기를 바라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질병을 앓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간호를 여러 해 받다가 사망한다. 하지만 질병 회피 유전자가 있는 백세인은 사망 1~2년 전까지 병 없이 건강하다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모든 장기(臟器)의 기능과 면역력이 한꺼번에 떨어져 폐렴.요로 감염 등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세상을 마감한다.
실제로 백세인들은 대부분 치매.심장병.뇌졸중 등 노화와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과 무관하게 산다. 그들은 오랫동안 별다른 고장 없이 사용한 기계가 어느 순간 멈춰 버리듯 세상을 뜨는 것이다. 개발 중인 두번째 신약은 바로 이 질병 회피 유전자와 같은 작용을 하는 제품이다.
센타지네틱스 연구팀은 이 같은 축복의 신약이 3~15년 사이에 출시될 것으로 확신한다. 장수 신약 개발의 현실화는 죽는 날까지 건강과 총명함을 지닌 채 1세기를 사는 신인류의 탄생을 의미한다. 현재 백세인이 될 확률은 0.1%다. 과연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15년 후부턴 몇%의 신인류가 존재하게 될 것인가.
보스턴=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TOP! 노화] '현대판 불로초' 15년내 개발
美 센타지네틱스 기서만 부사장
"장수 유전자 연구를 통한 신약 개발이 실현되면, 하고는 싶지만 건강을 위해 참아야 하는 안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더라도 무병장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말하자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담배도 실컷 피우면서도 건강한 노후를 보장받는 셈이지요."
장수 유전자를 이용한 '불로초'개발을 꿈꾸는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기업 센타지네틱스(Centagenetix) 바드 기서만(35)부사장은 장수 연구의 결과 인류가 맞이할 꿈 같은 미래상을 제시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흡연이 원인으로 알려진 폐암만 하더라도 흡연자 모두가 폐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또 담배를 안 피워도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백세인 중에는 수십년간 골초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그는 "흡연을 하더라도 폐암을 일으키지 않는 유전자(일명 질병 회피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와 같은 작용을 하는 신약을 개발하면 담배를 실컷 피우면서도 폐암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의 이론은 심혈관 질환.뇌졸중.당뇨병 등 각종 질병에도 적용된다. 그의 청사진이 현실화된다면 소위 말하는 건강식단이 사라지고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은 음식이 최고의 식단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는 꿈이 달성될 시기를 길어야 15년 이내로 잡는다. 신약 개발의 핵심은 약물 전달 과정. 기서만 부사장은 "기존의 약들과 달리 세포 내 수많은 유전자에 직접 작용해 약효를 발휘하도록 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1백세를 사는 일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으며 다만 사람들이 현실로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서만 부사장의 연구 인생은 MIT대에서 출발한다. 28세 때 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박사를 취득한 그는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 곧바로 하버드대 의대에 재입학했다.
그가 장수 연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하버드대 부속병원(MGH)에서 내과 의사 시절 당시 뉴잉글랜드 백세인 연구팀을 이끌던 토머스 펄 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기서만은 "백세인들이 장수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통해 장수 유전자의 존재를 확신했다"며 "이 행운의 유전자를 찾는 일이 장수 비결을 밝히는 열쇠라 믿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들려준다.
이처럼 장밋빛 장수시대를 제시하는 그지만 지금 당장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자 "신약이 나올 때까지는 흡연과 과음, 동물성 기름이 많은 음식을 삼가라"는 평범한 조언을 한다.
[STOP! 노화] 보스턴 의대 펄 교수
"병 앓고도 더 오래 사는 여성 생명력 비밀 밝힐 것"
"노인 재활센터에서 콧대높은 85세 할머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의 옷을 정성스럽게 만들던 정정한 백세 할아버지, 친구들을 위해 수시로 피아노 연주를 해주던 백세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충격을 받아 이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인체 노화 연구의 산실인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백세인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보스턴 의대 토머스 펄(42.사진) 교수는 연구 시작 동기를 이렇게 털어 놓는다.
그가 하버드 의대 노인학 전임의로 근무하던 1990년대 초만 해도 의학계에선 '나이가 들수록 많이 아프다(The sickest is the oldest)'는 논리가 상식으로 통했다. 따라서 그가 본 건강한 백세인의 모습은 의학상식을 뒤엎는 현실이었다.
펄 교수는 건강한 백세인들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곧바로 보스턴 주변의 8개 마을에 사는 백세인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초기 연구를 통해 백세인 중 90% 이상은 92세가 될 때까지 병없이 살며 95세 때까지 건강한 상태로 스스로를 챙기면서 지내는 경우도 75%나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초장수인들은 노화가 늦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그는 "원래 노화란 그 자체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니고 질병에 취약해지는 과정"이라며 "노화의 신비를 밝히는 일은 질병에 강해지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 백세인의 4번 염색체에 독특한 장수 유전자가 있음을 발견(본지 1월 16일자 14면)했고, 백세인 및 백세인 가족의 특징을 규명했으며 백세인을 그룹별로 분류해냈다.
그가 지금 관심을 갖는 연구 중 하나는 여성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남자 백세인은 세 명 중 한 명이 '질병 회피형'이며 42%는 '질병 지연형', 나머지 24%가 '질병 후 생존형'이다.
그러나 여자 백세인의 경우 질병 회피형은 13%에 불과하고 43%가 20년 이상 질병을 앓고도 생존한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펄 교수는 "남성은 병을 앓으면 신체 기능이 곧 떨어져 사망하기 쉬운 반면 여성은 병을 가지고도 기능을 유지한 채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그는 "백세인 연구에 박차를 가하려면 '믿을 수 있는' 생년월일 증명서를 가진 전세계 백세인들이 많이 포함돼야 한다"며 "한국의 서울대 노화연구팀과도 함께 백세인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스턴=황세희 기자
STOP! 노화] 4.100세인의 공통점
긍정적 사고와 유머 감각이 長壽 비결
흡연?운동 여부는 개인별로 달라
체중?혈압 등 정상치 유지가 중요
지난해 11월 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02년도 미국 노년학회장. 샬럿 치프먼 (100.여)등 초청된 4명의 백세인들이 연단 옆에 앉아 시종 깔깔거리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연구팀 일원인 보스턴의대 신경과 마저리 실버 교수는 "백세인은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긍정적 사고가 장수의 1차 관건=실버 교수는 "백세인들은 통상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흡연.운동.교육수준.사회적 지위 등 어느 항목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는 백세인이 있는가 하면, 50년 이상 하루 두 갑 이상 줄담배를 피우는 백세인도 있다.
또 학회에 참석한 루벤 랜도(99.남)처럼 하루 두 번씩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집안일 이외에 따로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지만 병 한 번 앓지 않고 1백2회째 생일(3월)을 기다리는 에로니안 같은 사람도 있다.
72세 된 아들과 합동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99세의 현직 변호사 루벤 랜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삶을 유쾌하게 느끼는 데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난 것 같다"는 게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하루 10시간 이상 책과 신문 보기를 즐기는 그지만 가장 기다리는 순간은 동료 변호사들과 카드놀이를 하는 매주 화요일 저녁이다. 아들 빌은 "아버지가 나는 물론 50~60대 동료들에게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랜도는 40년간 계속된 심장약 복용과 아침.저녁 30분씩의 운동을 제외하곤 특별히 건강을 위해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59세 때 심장 발작으로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는 그는 백세인의 세 가지 형태 중 '질병 후 생존형'에 속한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복서였던 볼니 카바노(101.남)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스타일이다. 1백세 생일 기념으로 10대들과 어울려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자랑한다.
그는 "젊은 사람과 늘 교류하면서 젊은 세대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을 건강장수 비결로 꼽는다. 아직 한 번도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 '질병 회피형'에 속한다.
매주 요가반에 꼭 참석하는 1백세의 샬럿 치프먼은 10년 전부터 골다공증과 고혈압을 앓고 있어 '질병 지연(遲延)형'에 속한다. 그녀의 취미는 일가친척의 생일마다 빠짐없이 카드에 긴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어려운 순간도 잘 헤쳐갈 수 있게끔 강인하게 만들어진 창조물"이라고 강조한다.
◇체중.혈압 관리가 2차 관건=백세인들은 장수 가족의 일원이다. 형제.자매 중에 백세인이 있다면 백세인 대열에 낄 확률이 남자는 보통 사람의 17배, 여자는 8배나 된다. 이를 토대로 백세인 자녀에 대한 분석이 뉴 잉글랜드 백세인 연구팀에 의해 시행됐다.
이들은 백세인 자녀 1백77명과 부모가 백세인과 동일한 시대인 1900년대에 태어나 70세 전후의 평균수명을 살다간 보통 사람들의 자녀 1백66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약물 복용 정도.생활 습관.혈압 등 여러 건강지표를 비교했다.
결과는 백세인 자녀의 질병 위험도가 보통사람의 자녀에 비해 고혈압은 66%, 심장병은 56%, 당뇨병은 56%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무게도 백세인들의 딸은 평균 66.3㎏, 아들은 83.9㎏로 정상 체중을 웃도는 사람이 31%였지만 보통사람 자녀의 평균 몸무게는 딸이 71.9㎏, 아들이 91.7㎏으로 52%가 과체중이나 비만이었다.
보스턴의대 토머스 펄 교수는 "지방은 당뇨병.심장병 등과 관련될 뿐 아니라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CRP란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각종 염증성 질병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비만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반면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암을 비롯해 골다공증.백내장.녹내장.부정맥.뇌졸중.치매 등의 질병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를 주관한 라라 테리 박사는 "백세인 반열에 끼려면 정상체중과 정상혈압을 유지하면서 심장병.당뇨병 없이 사는 게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사람들도 이 결과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스턴=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TOP! 노화] 5. 호르몬 칵테일 요법
갱년기 극복 도와주는 두 얼굴의 '回春 묘약'
3~4주 만에 피부 탄력 되찾고 우울증 사라져
값 비싸고 공인 안돼 … 관절염 등 부작용 우려
회춘(回春)의 묘약이 있을까.
의학적으로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호르몬 칵테일요법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국제노화학회에서도 이 요법과 관련된 다양한 발표가 있었다.
이 요법은 인체가 분비하는 호르몬을 외부에서 주사나 알약 형태로 서너가지 이상 조합해 맞춤형으로 처방하는 치료법. 모두 25개의 호르몬이 사용되지만 핵심은 성장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DHEA(부신호르몬)와 멜라토닌.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등 5~6종이다.
일반인들에겐 골디 혼과 닉 놀티 등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이 TV토크쇼에서 호르몬 칵테일 요법을 통해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팽팽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호르몬 칵테일 요법의 장점은 빠른 효과입니다. 불과 서너 주 안에 근육의 발달과 지방의 감소로 인한 활력 증진, 성기능 활성화 등 인체기능 향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비록 수명 연장의 증거는 없지만 중년 이후 갱년기 증후군의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미국 UC 샌디에이고 의대 론 로텐버그 교수는 삶의 질 향상이란 측면에서 호르몬 칵테일 요법의 효능은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유명 스타나 부유층 인사에게 비밀리에 처방되곤 했으나 최근 중산층으로까지 시술 대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요법은 미국과 유럽의 사설 노화방지 클리닉들이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시술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한 사설 클리닉에서 만난 40대 사업가 리처드 도슨의 처방 내역을 보자.
'흉선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멜라토닌 5백㎍과 DHEA 25㎎, 성장호르몬 1유닛 주사'.
이들 다섯가지 호르몬이 매일 투여된다. 성장호르몬은 주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매일 밤 자신의 배에 주사기를 찌르는 번거로움을 상쇄하고 남을 만한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배가 들어가고 피부가 팽팽해졌으며 수년째 괴로움을 겪던 우울증과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르몬 측정 등 초기 검사 비용으로만 4천달러나 들었다고 했다.
호르몬 칵테일 요법은 비싼 시술이다. 미국의 경우 1년 치료에 8천~2만5천달러 정도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술기간은 보통 두세달이고 2~3년씩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 한 사람에게 10여개의 호르몬을 동시에 쓴다. 자주 사용되는 호르몬은 여덟 가지다(그림 참조). 국내에서도 개원 의원 수십 곳에서 미국의 처방을 원용해 이 요법을 쓰고 있다.
호르몬 칵테일 요법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중년 이후 이들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한 만큼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것이 옳다는 것. 예컨대 성장 호르몬은 20세를 정점으로 10년마다 14%씩 감소해 60세에 달하면 한창 때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호르몬 칵테일 요법을 받으면 놀랄 만한 단기적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아니다. 우선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미국노화의학회장 로널드 클라츠 박사는 "호르몬은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일종의 출력 향상제"라며 "운동과 영양 등 휘발유는 부족한 상태에서 출력 향상제만 잔뜩 집어넣고 가속 페달을 밟게 되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차가 망가지듯 인체에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호르몬의 경우 암을 일으키진 않지만 이미 암이 있는 경우 암세포 증식을 유도하며, 여성호르몬은 드물게나마 유방암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해 최근 미국 정부의 발암물질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로텐버그 교수는 "자신의 호르몬 분비 상태와 체력, 질병 유무를 잘 검토해 의사의 관리하에 투여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호르몬이 주는 효능을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호르몬 칵테일 요법의 표준화된 처방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료기관마다 처방기준이 들쭉날쭉해 같은 환자인데도 병원마다 처방 호르몬의 종류와 용량이 다르다. 효능 면에서도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보다 컨디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쪽이 우세한 느낌이다.
몇가지 호르몬이 면역력을 높이고 항산화(抗酸化)기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것은 굳이 호르몬을 복용하지 않고 운동과 영양섭취만 해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비용이 문제다. 성장호르몬 요법에는 매달 20만~30만원의 비용이 소요(국내의 경우)된다. 아직까지 호르몬 칵테일 요법은 보편적 치료술이라기보다 필요한 소수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제한적 치료술이란 결론이다.
호르몬 칵테일 요법이 비방(秘方)으로 둔갑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 학회를 참관한 서울대 의대 유태우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호르몬 대체 건강상품들이 봇물 터지듯 소개되고 있다"며 "학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팜스프링스=홍혜걸 의학전문기자
[STOP! 노화] 6. 지중해식 '장수 식단'
혈관이 걱정된다면 … 올리브油 많이 드세요
심장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 많아
포도주로 젊음 유지… 과일 섭취는 기본
이탈리아 로마에서 남행열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캄포디멜레 마을.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STOP! 노화'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남녀의 평균수명이 92세인 장수마을이다.
여기서 만난 80대 후반의 노인은 "올리브유.사과(지명이 사과밭이란 뜻).생선 등을 즐겨 먹고 과수원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스.이탈리아 등 이른바 '지중해식 식사'를 하는 지역은 장수인들이 많다.
지중해식 식단은 올리브유로 대표되는 불포화 지방식 노화방지 효과가 강한 적포도주 과일.채소로 구성된다. 육류나 가공식품 섭취는 최소화한다.
◇올리브유.포도주.과일을 사랑하라=2001년 기네스북에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 등록됐던 이탈리아 사르데냐 사람 안토니오 토데는 1년 전 숨을 거두면서 장수 비결로 "형제를 사랑하고 매일 적포도주를 마셔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말년까지 적포도주를 하루 2백50㎖가량 마셨다. 포도는 과일 중에서도 항산화력(抗酸化力.노화방지 효과)이 아주 강력하다. 또한 그의 식단은 올리브유.토마토를 많이 쓰는 파스타, 야채 수프, 생선, 과일 등 전형적인 지중해식으로 짜여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1백12번째 생일을 맞은 사르데냐섬 주민 조바니 프라우(세계에서 셋째 고령자)도 '부지런한 생활습관과 적포도주를 즐긴 것'을 장수의 원인으로 꼽는다.
◇불포화 지방식, 성인병 쫓는다=미국의 장수 노인 안셀 키즈(99)는 50년 전 그리스 크레타섬 주민들의 식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 명예교수인 그는 본인이 반세기 전에 수행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7개국 연구' 결과를 자신의 장수비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키즈 교수는 미국.그리스.핀란드 등 7개국 40~50대 남성 1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심장병 사망률을 10년간 추적 조사했었다.
이 조사에서 그리스 크레타섬 주민의 심장마비 사망률이 1만명당 9명으로 가장 낮았다. 반면 핀란드 동부지역 주민의 심장마비 사망률은 9백92명이었다.
프랑스 건강.의학연구소(INSERM) 카렌 리치 박사는 "국가에 따라 심장병 사망률이 1백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 것은 크레타섬 주민들은 올리브유 등 심장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을 즐겨 먹었고 핀란드 주민들은 버터.치즈 등 심장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열량 중 지방 섭취 비율은 지중해(30~40%)나 미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
지중해식 식사는 분명히 '고지방식'이다. 그러나 지방의 72% 이상을 불포화지방(올리브유.카놀라유.생선.씨앗.너트류 등)에서 얻기 때문에 먹으면 혈관 건강에 좋은 고밀도 지단백(HDL)의 혈중 농도가 올라간다.
키즈 교수의 발표 이후 지중해식 식사가 심장.혈관질환은 물론 암(유방암.대장암 등).당뇨병.비만.백내장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조사 결과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심장마비를 경험한 프랑스인 4백여명을 4년간 조사한 결과다. 절반은 서양식 식사, 절반은 지중해식 식사를 하게 했는데 후자의 심장마비 재발 위험이 5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리옹 다이어트연구).
◇지중해식 식사법=올리브유를 듬뿍 뿌린 샐러드와 파스타를 먹고 항상 과일로 식사를 끝내며 포도주로 자주 목을 축이는 것이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사. 또 양고기나 닭고기를 매주 한번, 생선을 매주 두번 가량 먹는다.
이탈리아 최고보건연구소 지노 파르기 박사는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사는 채소.과일 위주이며 저지방인 페타 치즈.요구르트.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약간 보충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소.과일엔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노화를 일으키는 유해산소를 없애준다. 또 식물성 식품에 든 카로티노이드.식이섬유는 암.심장병.백내장 등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사사리 대학 시리아코 카루 교수는 "지중해식 식사를 하려면 가공식품을 피하고 자연식품을 즐겨 먹어야 한다"며 "버터 대신 올리브유로 요리하며 과일 주스보다는 과일을 먹고 매주 한가지씩 새로운 채소.과일을 찾아 먹을 것"을 권했다.
지중해식 식사는 그러나 해당 지역에선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장 닥티게 교수는 "지중해 주민들의 빵.감자.과일.올리브유 섭취량이 계속 감소하고 식육.치즈 섭취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혈압.체중이 거의 미국 수준에 근접했다"고 우려했다.
◇지중해식 식사의 주의점=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사가 세계의 건강식으로 널리 퍼진 원인 중 하나로 "맛 등 수용성이 좋아 다른 지역 사람들이 먹기에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꼽는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열량이 높아(올리브유 한 찻숟갈에 1백㎉)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루 교수는 "지중해식 식사 하나만으로 그리스.이탈리아 남부 주민의 평균수명이 북유럽.미국보다 4년 이상 길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곳 주민들은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하고 낮잠을 즐기며 친척.이웃.친구들이 서로 돌봐주는 사회적 유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로마.파리.캄포디멜레=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STOP! 노화] 7. 미세 영양소 요법
비타민?무기질?아미노산은 '인체 윤활유'
美선 건강보조식품 … 맞춤 처방 유행
결핍 영양소 공인 진단법 아직 없어
'음지에서 양지로. ' 미세 영양소가 각광받고 있다.
국제적으로 노화 연구의 방향이 '단백질과 지방.탄수화물'처럼 하루 수백g씩 섭취해야 하는 거대 영양소에서 하루 수백분의 1g만 먹어도 충분한 미세 영양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셀레늄과 바나듐 같은 미세 영양소의 경우 1만분의 1g만 섭취해도 된다. 그러나 소량이라도 부족하면 탈을 일으킨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노화의학회에서 클라츠 회장은 "거대 영양소가 휘발유라면 미세 영양소는 윤활유"라며 "차량의 노후를 억제하는 데 윤활유가 긴요한 기능을 담당하듯 미세 영양소는 인체 노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 활력 개선효과 뛰어나
미세 영양소는 크게 ▶비타민 ▶칼슘.마그네슘.셀레늄 같은 무기질 ▶코엔자임Q10.카르노신 같은 아미노산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미국에선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돼 수퍼마켓이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열린 미세 영양소학회에서 미국 터프츠대 캐서린 터커 교수는 "미국 65세 이상 남성의 47%, 여성의 59%가 매일 미세 영양소로 상징되는 건강보조식품을 알약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1991년의 남성 25%, 여성 3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를 위해 미국인들이 한해 지불하는 비용만 1백70억달러나 된다. 미세 영양소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거나 신체를 구성하는 거대 영양소에 비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한다.
문제는 수백가지에 달하는 미세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비타민만 하더라도 비타민 A에서 U까지 빼놓지 않고 권장량 이상 섭취하려면 하루 다섯 접시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 현대인의 바쁜 식습관을 고려할 때 미세 영양소의 결핍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에 따라 의사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수십가지 미세 영양소를 처방해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어 먹게 하는 맞춤형 처방이 유행하고 있다. 클리닉들에서는 2백50가지 정도의 미세 영양소를 다룬다.
미국의 한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공개한 50대 남성 K씨의 사례를 보자.
성공한 기업가인 K씨는 수개월 전부터 심한 피로감과 성 능력 감퇴를 느꼈다. K씨는 골고루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음에도 혈액검사와 식단 분석 결과 마그네슘 외에 근육 대사(代謝)에 관여하는 몇가지 아미노산이 부족한 것으로 판정됐다.
클리닉 측이 마그네슘과 코엔자임Q10 및 카르노신을 함유한 알약을 하루 세 차례 처방한 결과 한달 만에 눈에 띄는 활력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는 아직 이런 맞춤형 처방이 없고 종합 비타민제 외에는 다양한 미세 영양소가 별도로 판매되고 있지도 않다. 현재로선 비타민제라도 미량 원소가 최대한 많은 것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음식이 아닌 인공 추출 성분인 알약으로 미세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러나 미국 국제노화의학회 아이젠버그 이사장은 "음식에서 얻는 것 만큼 완벽하진 않더라도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국제노화의학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알약의 형태로 미세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여기엔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영국의 의학잡지 랜시트는 최근 미국의 11개 응급센터에서 98년 한 해 동안 미세 영양소 등 건강보조식품의 부작용과 관련한 사고가 7백84건이나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UC샌디에이고대 론 로텐버그 교수는 "미세 영양소가 대부분 자연에서 추출된 성분이므로 약에 비해 안전하다고 믿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량 섭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건강보조식품으로 각광받는 키토산도 임신부가 과량 섭취하면 구토와 복통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 "음식으로 얻는 게 최선"
또한 미세 영양소가 얼마나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검사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머리카락 분석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 미량 원소 등을 측정하는 기법이 주목받고 있으나 아직 학계로부터 보편적 진단법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환자의 식단 분석과 혈액검사, 의사의 진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홍혜걸 의학전문기자
아미노산 몇 가지만 보충해도 만성피로?무기력증 금세 낫죠"
제프리 블랜드 미 기능의학연구소장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기(氣)는 분명한 실체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미세 영양소의 작용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능의학연구소장 제프리 블랜드(56)박사는 미세 영양소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블랜드 박사는 1971년 오리건 대학에서 생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82년 라이너스 폴링 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영양에 관해 7권의 저서와 1백여편의 학술논문을 펴낸 영양학의 대가.
지금까지 7만5천여명의 의사와 간호사.약사 등이 그의 강연을 들었다.
1992년 신체의 기능을 영양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기능의학연구소를 설립했고 2000년부터 제약회사인 메타제닉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만성적인 피로와 근육통.소화불량.불면증 등 현대인이 호소하는 많은 증상은 구조의 문제가 아닌 기능의 문제입니다. 의사들이 아무리 매달려 연구해도 세포나 조직 등 구조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지요. 그러니까 검사결과는 정상인데 환자들은 아픈 것입니다."
그는 현대 의학, 특히 의사들이 영양에 너무 무지하다고 꼬집었다. 사람의 몸은 결국 먹는 것에 의해 좌우되는데 기존 의대 교육이 지나치게 질병 위주로 구성돼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수백 가지로 구성된 미세 영양소는 비록 미량이지만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이들은 단백질이나 지방.탄수화물처럼 신체를 구성하거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주역은 아니지만 수백만 가지 신진대사를 조율하는 숨은 실력자입니다."
칼슘과 마그네슘과 같은 몇 가지 광물질의 균형만 잡아줘도 자신을 평생 괴롭혀온 근육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식단에서 결핍되기 쉬운 아미노산 몇 가지만 보충해도 기력이 없어 허우적대곤 했던 피로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
그는 자신의 경험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세 영양소에 의한 신진대사 조절기능을 '생체 전환(biotransformation)'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미세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자연계에 존재하는 식품, 즉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유기물이면 무엇이든 골고루 먹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무엇이 넘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위해선 의사의 식단 분석과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홍혜걸 기자
[STOP! 노화] 8. 젊고 촉촉한 피부 유지법
과일?물?잠은 건강피부 '좋은 친구들'
비타민C 등 항산화물질이 탄력 지켜줘
하루 물 8잔 기본 … 자외선은 멀리해야
"피부가 더 주름지고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침마다 사과와 포도를 먹는다." 지난해 12월 독일 함부르크의 니베아(BDF)연구소에서 만난 60대 여성 안젤리카 에거의 피부 관리법이다. 과일에 든 비타민C 등 항산화(抗酸化)물질이 피부노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매달 한두번씩 연구소를 방문해 피부 임상검사에 참여 중인 그는 이미 반은 피부과 의사였다.
그는 "피부를 젊게 유지하려면 항산화물질을 먹거나 발라야 한다"며 "피부를 잘 관리하고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것보다 외관상 더 중요한 노화대책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말 파리 국립보건의학연구소에서 만난 나탈리 나딘(35.여)박사는 "한국.일본인 등 내 동양 친구들은 같은 또래 서양인보다 피부 주름이 적어 부럽다"며 "과일.채소 등 식물성 식품을 즐겨 먹는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그 자신도 피부 관리를 위해 반년 전부터 콩음식과 녹차에 입맛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피부 노화방지가 노화연구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럽.미국의 피부 관련 연구소들을 찾아봤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유해산소=니베아연구소 프란츠 스탭 박사는 "피부 노화는 세월에 의한 노화와 환경에 의한 노화(조기 노화)로 나눌 수 있다"며 환경적 노화의 원인으로 자외선.흡연.과다한 음주.대기오염.기름진 고열량의 식사.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는 "나이는 젊지만 피부는 늙은 조기(早期)노화의 90%는 자외선 탓"이라고 했다.
피부건강에 불리한 환경(산화적 스트레스)이 조성되면 피부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가 무한정 불어난다. 이에 따라 피부의 진피층(眞皮層, 표피 아래)에 있는 콜라겐.엘라스틴 등 결합조직의 구조와 기능이 손상된다. 이 결과가 주름지고 색이 고르지 않으며 처지고 탄력을 잃은 피부다.
최근 미국.유럽 등에선 항산화물질을 먹거나 발라 피부노화를 지연 또는 개선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바르기와 먹기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한 판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먹는 화장품 나온다=피부를 젊게 유지하려면 적절한 음식, 충분한 물.잠이 필수적이다. 반면 술.담배.요요 다이어트는 피부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우리의 피부는 끊임없이 수분을 잃고 있으므로 하루 여덟잔의 물 마시기는 기본이다.
니베아연구소 마리아 랑갈스 박사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E, 베타 카로틴이 풍부하게 든 식품을 즐겨 먹으면 유해산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딸기.파파야.키위.오렌지.고추 등엔 비타민C, 너트.종자 등엔 비타민E, 당근.호박.감자 등엔 베타 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다"고 예시했다.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는 오메가-3 지방(DHA.EPA 등)이 많이 든 생선.아마유 등을 즐겨 먹는 것도 피부엔 응원군이다.
2001년 3월 미국 '피부학 치료'저널에 실린 논문은 입으로 먹은 영양소가 피부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에 참여한 53명의 여성 지원자는 글루코스아민.아미노산.미네랄.여러 항산화물질을 먹은 집단, 이를 먹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졌다. 5주 후의 판정에서 영양소를 제공한 집단의 주름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을 통한 영양 섭취가 표피를 촉촉하게 적셔주지는 못했다.
유럽의 로레알(화장품회사)과 네슬레(식품회사)는 공동투자해 개발한 '먹는 화장품'(이네오브 페르므테)을 다음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로레알 연구소의 브리짓 드레노 박사는 "이 제품은 비타민C.라이코펜(토마토에 풍부).이소플라본(콩에 함유)등 항산화물질의 결합체"라며 "먹으면 충분한 양이 피부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벤처기업(MPT-코리아)도 해조류에서 얻은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산친을 먹는 화장품의 원료로 개발 중이다.
◇항산화물질과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노화 억제약=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하산 무크타 교수는 "녹차가 든 화장품은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며 "카테킨 등 녹차의 항산화물질이 유해산소를 없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항산화물질들과 자외선 차단제가 함께 든 스킨 케어 제품을 바르면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미국 노화방지의학회 로널드 클라츠 박사는 "18개월간 자외선 차단제.항산화물질을 함께 발랐더니 피부의 탄력성이 증가하고 주름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AHA와 비타민E.은행잎.멜라토닌을 혼합 사용하면 유해산소로 인한 피부손상이 줄어들고 자외선 자극도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선탠은 피부 자살행위=로레알연구소 파트리샤 피노 박사는 "선탠은 야외는 물론 실내에서 해도 피부노화를 부른다"며 "굳이 피부를 그을리려면 태양없는 선탠 크림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스탠리 레비 교수는 "가장 안전성.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태양없는 선탠 크림은 DHA(디하이드록시아세톤)"라며 "구입시 이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부르크.파리=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등푸른 생선?시금치 즐겨 드세요"
니베아연구소 막스 박사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피부에 활력을 주는 물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에서 수백만명이 심장병.고혈압 치료와 노화방지 등을 위해 복용 중인 코엔자임 Q10이다. 유비퀴논.비타민Q라고도 불리는 이 물질은 몸의 면역력을 높이며 혈액이 잘 돌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을 피부노화 방지에 활용 중인 독일 니베아(BDF)연구소 하이너 막스(사진) 박사를 만났다.
"코엔자임 Q10은 모든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활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또 항산화력이 비타민E보다 훨씬 강해 몸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이 물질은 20세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노년이 막 시작될 무렵엔 80%나 줄어든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고등어.연어.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에 이 물질이 가장 풍부하게 들어있고, 현미.계란.두유.땅콩.시금치 등에도 있으므로 활력을 보강하고 젊은 피부를 오래 유지하려면 이런 식품을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노화된 피부세포엔 코엔자임 Q10이 훨씬 적게 들어있음이 확인됐다"며 "이 물질이 든 화장품을 발라도 피부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막스 박사는 "유해산소 분자는 매일 인간의 모든 세포에서 10의 10승개 이상씩 생산된다"며 "이 '유해산소와의 전쟁' 결과가 고스란히 피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타민C.E, 카로티노이드, 플라보노이드 등도 유해산소를 없앤다"며 "이 성분을 섭취하거나 피부에 바르면 주름이 지거나 처진 피부의 제한적 회복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 감소하는 콜라겐을 보충하기 위해 콜라겐 함유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는 것에 대해 묻자 "별 소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콜라겐은 피부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약간의 보습효과를 줄 뿐이다. 그보다는 항산화 성분이 든 화장품을 발라 피부의 콜라겐 합성을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일부에서 사용 중인 생선 연골의 다당류도 피부에 거의 흡수되지 않으며 단순 보습효과에 그친다고 했다.
피부는 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그는 "클렌징 제품의 과도한 사용은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보호막 기능을 손상시키며 외부의 자극물질에 대해 피부를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부르크=박태균 기자
STOP! 노화] 9. 장수촌 오키나와의 비결
야채?두부?해초?현미 등 '抗산성' 음식 즐겨 먹는다
'메이지(明治) 34년 1월 17일 생'.
도쿠치 세이류(渡久地政瀧)옹이 건네준 명함에는 특이하게도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1백3세였지만 신체.정신 건강은 70~80대와 다름없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모토부초(本部町)의 자택을 방문하자 도쿠치옹은 직접 만든 빵까지 내놓았다.
장남(66).장녀(77) 등 자녀(2남5녀)들은 다른 곳에 살고 있고, 몇 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혼자 생활한다.
"애들이 매일 전화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찾아와. 식사.빨래.청소같은 집안살림은 모두 내가 하지. 전혀 불편하지 않아. "
도쿠치옹은 지난해까지 집앞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들을 자전거에 싣고 가까운 호텔에 가져가 팔았지만 자녀의 만류로 올해에 그만뒀다.
그는 매일 오전 6~7시쯤 일어나 3~5분간 체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 9시에 잠자기 전까지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고, 틈틈이 텃밭 가꾸기.청소 등을 한다. 저녁엔 1시간 정도 현악기인 샤미센(三味線)을 켜면서 노래를 부른다.
반찬은 시금치.당근.상추.무 등 직접 재배한 무공해 야채 중심이고, 매주 한 차례 생선과 두 차례 돼지고기를 먹는다. 건강식이라면 매일 밤 취침 전 한 모금 마시는 '건강주(酒)'정도다. 알로에.마늘.꿀.우콩(약초)을 갈아 오키나와 전통소주인 아와모리와 섞은 것이다. 장수비결을 묻자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한마디로 말했다.
*** 100세 이상 1만7천명
일본은 세계 최고령 사회다. 2001년 평균수명은 남자 78.07세, 여자 84.93세. 2002년 기준 1백세 이상 노인은 1만7천여 명으로 5년 전의 2.1배로 불었다. 1백15세(여) 노인도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장수촌이다. 인구 10만명당 1백세 이상 노인이 39.5명으로 일본 47개 지역 가운데 가장 많다. 장수지수(65세 인구 1천명당 90세 이상 노인)도 남성 23.8, 여성 43.7로 일본 본토(남성 10.3, 여성 17.5)를 한참 웃돈다. 심장병.유방암.전립선암 발병이 미국의 6분의 1이다.
스즈키 마고토(鈴木信.69) 오키나와 장수과학연구센터 소장은 "오키나와의 장수는 식사.운동.문화 등 3대 축이 노화를 방지하고 병을 예방하는 '항산화(抗酸化)기능'을 최고도로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즈키 소장은 30년 가까이 오키나와의 장수비결을 연구해 2001년 미국의 의사이며 의학인류학자인 윌콕스 형제와 함께 장수비결 분석 책자 '오키나와 프로그램'을 펴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항산화 기능'이란 세포의 기능 상실.변질.죽음 등을 초래하는 산화현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의 증가를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수과학연구센터 연구 결과 오키나와 1백세 이상 노인은 과산화(過酸化)지방질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1986~91년 1백세 이상 노인 88명과 70대 노인 82명을 조사한 결과 혈장 내 평균 과산화 지방질이 1백세 노인은 1㎖당 1.59nmol(나노몰)로 70세 노인(2.96)보다 훨씬 적었다. 94년 조사 때도 1백세 이상 노인은 비타민E 등 항산화물질을 훨씬 많이 갖고 있었다.
*** 고기는 기름 빼고 요리
모리네 아키라(森根明) 오키나와현청 장수사회대책실 주간은 "2001년 열린 오키나와 국제장수학회에서 '오키나와 장수의 특징은 항산성화가 노화를 막는 데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항산성 음식을 많이 먹고, 항산성 운동을 즐기며, 항산성 문화를 실천하는 게 비결이라는 것이다.
◇항산성 음식='오키나와 식단'의 주류는 야채.약초.두부.돼지고기 등이다. 스즈키 소장은 "1백세 이상 노인들은 매일 일곱 종류 이상의 야채.과일, 두 종류 이상의 콩류를 먹고 고구마.현미.메밀국수를 즐기는 등 음식의 78%가 채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돼지고기에서 기름기를 빼고 먹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습관도 주목할 점"이라고 말했다.
*** 손발 끊임없이 움직여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으면서 허리끈 풀기 전에 젓가락을 놓는 절식 습관도 중요했다.
◇항산성 운동=연중 평균기온이 영상 22도로 따뜻한 오키나와의 사람들은 야외운동.노동이 일반화돼 있다. 1백세 노인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침부터 산책하고, 밭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미야사토 야스노리(宮里泰哲) 모토부초 사회복지협의회 의원은 "바닷가 옆에 있어 공기가 좋고 오존이 많은 데다 사람들이 활동적이어서 항산화 체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사토 아야코(田里綾子) 오키나와현청 장수사회대책실 주임은 "노인들이 전통무술.춤을 즐겨 하는 데다 최근에는 게이트볼.그라운드 골프 등 새로운 운동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몸 안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심장.폐.혈관을 강화시키는 유산소 운동이다.
◇항산성 문화=스트레스를 줄이는 여유있는 성격, 이웃.가족 간의 뜨거운 유대관계도 장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에 구속받지 않는 '오키나와 타임'이란 말도 있듯이 낙천적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이웃.친구들과 계속 교제하거나 사회활동을 계속한다. 지역마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노인클럽을 조직해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낙천적 성격 … 대화 즐겨
현청의 모리네 주간은 "장수를 축복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도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천적인 영향이 크다=이같이 오키나와의 장수 신화는 선천적인 면보다는 후천적인 면이 더 크다.
스즈키 소장은 "같은 오키나와 출신이라도 고기를 주로 먹고 전통문화를 상실한 브라질 이민자들은 17년 일찍 죽는 반면 오키나와의 식사.문화를 간직한 하와이 이주자들은 비슷하게 장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 오키나와의 장수 신화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뜻인 '오키나와 패러독스'란 말이 나오기는 한다. 뚱뚱한 젊은층이 늘고 55세 이하의 사망률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남성 평균수명이 일본 47개 지역 가운데 26위(95년 4위)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활성산소가 많은 햄버거 등 서구음식을 많이 먹고, 자동차 보급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키나와=오대영 특파원
[STOP! 노화] 10. 일본의 자연요법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 전통食을 먹어라
?장수촌에 장수인이 없다??
장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세계 장수촌의 위기를 경고하는 말이다.서구문명에 물들면서 성인병이 늘어 장수인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장수국 일본에서는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활발하다.
중앙일보 Stop! 노화 취재팀은 자연의학을 연구하는 세명의 일본 의사를 찾아가 이들이 추구하는 장수의학의 본질과 장수 비결을 들어봤다.
일본 도쿄(東京)위생병원은 환자와 지역주민에게 체계적인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의학강좌에서 벗어나 건강식을 만드는 요리교실까지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오사무 미주카미(54)건강의학부장은 "앞으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오래 사는 장수국이 될 것"이라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장수의학을 논할 때 일본을 모델로 하지 말아달라는 것. 일본이 장수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소박한 전통식 때문이지만, 지금은 서구화된 식사에 길들여져 생활습관병(성인병)의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식당이 전통식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교육과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자연의학의 요체는 크게 두가지. 면역력을 높이고, 인체 내 활성산소로 인한 피해를 줄여 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 과식은 면역력 떨어뜨려
"스트레스와 가공식품, 그리고 과식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활성산소(Free Radical)를 과다하게 만들어 세포의 노화를 촉진합니다.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활성산소란 '테러 분자'라 할만한 불안정한 산소다. 산소 주위를 돌고 있는 8개의 안정된 전자 중 하나가 탈락하면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 따라서 인체 내에 활성산소를 적게 만들거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고지방.고단백식, 또 인스턴트 식품은 활성산소의 활동을 촉발합니다. 과식은 무리한 소화를 위해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고, 여기서 남은 산소가 활성산소로 바뀌지요." 따라서 그는 "활성 산소를 줄여주는 식품을 섭취하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장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긴자(銀座)에서 오모리 클리닉을 열고 있는 다카시 오모리 원장은 과거 폐암전문의였지만 질병치료의 핵심은 자연치유력이라고 생각해 환자에 대한 치료지침을 완전히 바꿨다. 그는 암세포를 죽이기보다 잠자게 해야 한다는 '휴면요법'을 제창, 의학계에 화두를 던진 독특한 인물.
노화 방지를 위한 그의 처방 역시 면역기능 향상과 항산화(抗酸化)요법으로 귀결된다. 다만 장(腸)을 세척해 숙변을 제거한 뒤 유산균을 넣어준다거나 식생활에서 부족한 영양소는 기능성 보조식품으로 보충해주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한다.
"야간 당직으로 피곤한 사람에게 쌀겨에서 추출한 아라비녹실란을 복용시켰더니 줄었던 '자연살해(NK) 세포'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채소.과일 껍질째 먹도록
자연살해 세포는 세균.암과 같은 인체의 적을 퇴치하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아라비녹실란은 쌀의 도정 과정에서 벗겨지는 쌀겨, 정확하게 말하자면 씨눈에 존재한다. 일본에선 이를 특수효소로 뽑아내 암환자용 의약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고야(名古屋)시에 자리잡은 쓰네가와 소화기클리닉 부원장인 히로시 쓰네가와(56)박사는 홀리스틱(全人)치료의학진흥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자연의학 전파에 열성이다. 그는 전인치료를 '나무를 보는 벌레의 눈과 숲을 보는 새의 눈'으로 비유한다. 분석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성으로 우리 몸을 파악하자는 이론이다.
그가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그림 '치유의 나무'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상징한다. 명상.복식호흡.전통 식사.웃음 요법 등의 동양적인 양생법을 통해 뿌리를 튼튼히 하면 나무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쓰네가와 박사 역시 일본이 계속해서 장수국가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스트레스와 고지방.고단백식의 범람, 안락한 환경 탓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온실 안의 화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식품 본래 맛.향 살려 조리
자연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통식으로의 회귀다. 이들 세명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식사는 채소나 과일은 껍질째, 곡물은 통째로 가능하면 완전식품을 먹으라는 것.
그리고 조리과정에서도 가능하면 식재료가 갖는 원래의 맛과 색.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인이 즐기는 마늘과 토마토.당근에는 라이코펜이, 포도껍질.고구마껍질에는 안토사이아닌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많다고 추천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와 버섯도 권했다. 인체 면역을 담당하는 자연살해 세포나 대식(大食)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도쿄.나고야=고종관 의학전문기자
[STOP! 노화] 11. 生藥?약용식물 '허브 요법'
마늘?알로에?은행잎… 체내독소 줄인다
"노화시계를 되돌리기 위해 암을 예방하고 혈관을 맑게 하는 마늘.은행잎 제제를 상시 복용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타이레놀 대신 가새풀, 불면증이 심할 때는 수면제 대신 양파 제제를 찾는다."
올해 1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만난 70대 초반의 릭 셰터는 허브(생약.약용식물)가 자신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한달에 허브 구입에만 5백달러 이상 쓰지만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의 '아트 오브 앤티 에이징' 클리닉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여성 니콜 레믈러는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을 복용해 왔으나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허브치료(블랙 코호시 복용)를 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이 든 장미향.재스민향으로 하복부 마사지와 목욕을 매주 3회씩 한다.
허브 요법을 실천하는 노화방지 전문가들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1월 '대체의학의 메카'로 불리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만난 '사랑의 오아시스'병원 프란시스코 콘트라레스 박사도 그 중 한명.
그는 "일본의 노화전문가(하기와라 요시히데 박사)가 개발한 보리분말 제제를 수년간 복용 중"이라며 "풍부한 엽록소.효소.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로 체내 독성물질을 해독해 나이보다 젊게 살게 해준다"고 확신했다.
허브가 서구에서 차세대 장수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허브를 적당량 섭취하면 자연 치유력이 높아져 질병에 덜 걸린다는 것이다.
아직 허브의 어떤 성분이 장수와 직접 관련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덴버의 항산화(抗酸化)물질 개발사인 오아시스사 관계자는 "허브 내의 건강 유익 물질들이 상승작용을 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오케스트라 이론'을 제시했다.
동양에선 허브 자체를 먹거나 우려 마시는 데 비해 서양에선 노화방지.면역증강 등에 도움이 되는 특정 성분을 추출해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섯 가지 노화방지 허브=콘트라레스 박사는 허브 가운데 노화 방지.수명 연장과 관련해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마늘.은행잎.인삼.포도씨 추출물.알로에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들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마늘.은행잎.알로에 등은 동물실험에서 10~20%의 장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는 "일본 도쿄대 사이토 히로시 교수가 동물실험 후 마늘 추출물이 수명을 연장시키고 학습능력.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했었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몸속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암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마늘 제제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응고제를 먹고 있거나 수술 전후인 사람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에서 수천년간 천식.기관지염 치료제로 처방돼온 은행잎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잎 제제를 먹은 실험동물의 수명이 20% 연장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은행잎 속 플라보노이드는 유해산소를 없애며 혈액순환을 좋게 해 혈관질환 개선과 기억력 향상은 물론 발기부전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미국.유럽에선 치매 예방.치료용으로 이 제제가 흔히 처방된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엔 "2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은행잎 제제가 기억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다른 연구결과가 실렸다.
독일 '아트 오브 앤티에이징'클리닉의 로타 몰츠 교수는 우울증 치료제.비스테로이드성 염증치료제.아스피린 등을 먹고 있는 사람은 은행잎 제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삼에도 혈액 내 유해산소를 제거해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다. 혈전(血栓) 생성을 막아주며 피로를 풀어주고 암.발기부전 등을 예방.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상 치유와 변비 개선, 피부 미백에 주로 쓰였던 알로에도 장수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노화학자 유병팔 전 텍사스대 교수는 "알로에를 물.사료에 0.1% 타서 먹인 쥐는 수명이 15% 정도 늘어났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포도씨 추출물은 비타민E의 50배, 비타민C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항산화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팜스프링스 생명연장 클리닉 에드먼드 체인 박사는 "이 제제를 복용하면 피부가 젊어지고 암.심장병.관절염.백내장 등 예방에 도움이 되며, 시력도 좋아진다"며 "그러나 약간 쓴 맛으로 인해 구역질.위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허브 복용시 주의점=허브가 자연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어선 안된다. 독일의 몰츠 교수는 "소크라테스가 헴록이란 허브를 먹고 자살했듯 자체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약과 허브의 상호작용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최근엔 컴프리를 복용한 후 간이 나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 임산부나 모유를 먹이는 여성은 컴프리.감초.가새풀.센나 등을 복용해선 안된다.
또 허브가 잔류농약.중금속.불순물 등을 잘 걸러낸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허브 복용 사실을 자신의 주치의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허브의 건강증진.노화방지 효과가 계속 밝혀지고는 있으나 아직 안전성.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므로 무작정 장기간.다량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덴버.팜스프링스=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40대이후는 세포손상 빨라져"
"운동?식사로 복구력 보완해야"
美 노화 전문가 스티븐 처니스크
13년 전 22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해 네 자녀를 낳고 사는 미국 덴버의 노화방지 전문가 스티븐 처니스크(55). 'DHEA 브레이크 스루' '메타볼릭 라이프' '카페인 블루스' 등 건강 관련 서적들을 쓴 그는 자신의 신체 나이는 20세에 불과하다고 자신한다.
체지방은 9%, 최고혈압 90, 최저혈압 60, 혈당도 정상이라고 한다. 아내와의 성생활도 매주 너댓번 이상 할 만큼 기력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10년 전 사진을 자신있게 보여 주었다. '요즘이 더 젊어 보이는 이유'를 묻자 "규칙적으로 운동하고(하루 요가 1시간, 산책 10분) DHEA 등 호르몬제를 적당히 복용하며 알로에 등 허브를 복용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해주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젊을 때는 세포의 손상 속도보다 복구 속도가 더 빠르지만 40대 이후엔 손상이 더 빨라지므로 운동.식사 등으로 외부에서 복구력을 보완해줘야 한다는 것. 그는 하루에 다섯번 식사를 한다. 세번 많이 먹는 것보다는 소량씩 여러번 먹는 것이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침엔 물 두잔과 '레인보' 다이어트(야채.과일이 풍성한 식단), 오전 간식 때는 물 두잔, 점심 때는 알로에 추출물을 복용한다. 오후 간식 때는 물 한잔과 녹차 한잔, 저녁 식사 때는 유기농법으로 만든 가공하지 않은 곡류를 섭취한다."
그는 유병팔 전 텍사스대학 교수의 논문을 본 뒤 알로에를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쥐 3백여마리를 대상으로 한 유교수의 4년간 연구에서 알로에를 먹은 쥐의 수명이 긴 데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20% 낮아지고 병에도 덜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를 대상으로 40% 절식(節食)시킨 연구에서 40%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 노화연구소 발표 못지 않게 주목할 만한 결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실버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현황과 전망 (0) | 2007.10.11 |
---|---|
우리 아름답게 늙어요/최인식 (0) | 2007.10.11 |
노인들이 저지르는 10가지 건강관리 잘못들/연합뉴스 (0) | 2007.10.11 |
주택관련 세제 (0) | 2007.10.11 |
스트레스 관리 10계명 (0) | 2007.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