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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운다/김영한

미진수 2007. 9. 12. 16:26
억새가 운다/김영한


가을에는
외롭다 마라

가을 햇살이 등 뒤에 따습다

가을에는
그립다 마라

아카시아  길 가에 살랑 된다

지난 밤에 강물이 제 얼굴을 붉히며
드디어 산자락을 쓸어 안았다

가을에는
우지마라

가을들녁의 억새가
대신 운다

가을에는
비로소 내가 가을이 된다
가을이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