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운다/김영한

가을에는
외롭다 마라
가을 햇살이 등 뒤에 따습다
가을에는
그립다 마라
아카시아 길 가에 살랑 된다
지난 밤에 강물이 제 얼굴을 붉히며
드디어 산자락을 쓸어 안았다
가을에는
우지마라
가을들녁의 억새가
대신 운다
가을에는
비로소 내가 가을이 된다
가을이 내가 된다

가을에는
외롭다 마라
가을 햇살이 등 뒤에 따습다
가을에는
그립다 마라
아카시아 길 가에 살랑 된다
지난 밤에 강물이 제 얼굴을 붉히며
드디어 산자락을 쓸어 안았다
가을에는
우지마라
가을들녁의 억새가
대신 운다
가을에는
비로소 내가 가을이 된다
가을이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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